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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사진)이 대우건설 차기사장 최종후보에 오르면서 사실상 신임사장 취임을 목전에 뒀다. 실제 박 후보는 오는 22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만 거치면 대우건설 신임사장으로 확정되며,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찬성하고 있어 주총에서 큰 무리없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박 후보를 두고 대우건설 당면 과제인 주가부양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 따른 조직장악과 해외사업 경험부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우건설 이사회는 박 전 사장을 대우건설 차기사장 최종후보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이 앞서 수차례 진행된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박 후보를 꾸준히 지지했던 만큼 사장직에 오르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박 후보가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면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산업은행 측에서 설득과 압박을 거듭했다는 후문이 돌고 있을 정도다.
실제 산업은행 입장에선 박 후보가 꼭 필요한 인재다. 지난 2010년 'KDB밸류 제6호 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한 산업은행은 펀드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10월까지 이를 팔아야 한다. 즉,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대우건설 주가를 박 후보가 끌어올려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2013년 영업손실 1602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 곧바로 흑자전환했지만 성장세는 더딘 편이다. 작년 매출은 9조8774억원으로 전년 대비 0.24% 오르는데 그쳤으며, 영업이익 또한 같은 기간 3345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19% 이상 감소했다. 유동비율 역시 144%로 21%p 줄어들었다.
심지어 최근 발표된 '2016년 시공능력평가'에선 시평액 9조4893억원으로 작년 보다 1.87% 감소해 한 단계 떨어진 4위에 링크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 같은 실적추이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택 호황기에 벌어진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반면, 박 후보 실적관리 능력은 이미 현대산업개발 사장재임 당시 증명된 바 있다. 사장부임 첫 해인 2011년 현대산업개발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3조1015억원 △영업이익 3570억원 △순이익 2264억원으로, 모두 전년에 비해 12%·35%·48%씩 각각 증가했다. 또한 같은 기간 유동비율도 223%로, 35%p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박 후보는 2012년 부실사업장 정리로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부실정리 후 이익정상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박 후보는 이 같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사장 임기를 마무리 지은 2015년 3월 현대산업개발 종가는 5만7000원으로, 임기 시작 직전인 2011년 2월 3만600원의 1.86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1만750원에서 7930원으로 26% 가량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선까지만 올라가면 산은이 지분 매각에 착수할 여건이 조성된다"며 "이번 사장 선임 건은 결국 단기 주가 부양에 누가 더 적합했는 지를 따지는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문제는 박 후보가 대우건설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조직장악 등 선결과제가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먼저 박 후보가 신임사장에 임명된다면 대우건설 사상 첫 외부출신 사장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그래야 실적 개선은 물론, 주가 부양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취임 후 부서와 인력 등 개편을 통해 어떻게 조직에 영향력을 확대할 것인 지에 대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종합 측은 "박 후보 추천은 낙하산 인사에 우려를 표명했던 대우건설 임직원은 물론, 국민들까지 무시하는 처사"라며 "박 후보의 사장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9일부터 본사에서 박 후보 출근저지 및 반대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장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밝히기 위해 국회에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16일부터 본사 임직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청원서 제출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이후 오는 18일에는 여의도 산은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며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23일에는 사장 후보 의결을 저지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우건설 경영진 일각에서도 박 후보가 외부출신 인사라는 점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사회 내에서도 일부 이사들이 박 후보 최종 후보 선임 과정에서 불만과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후보가 대우건설을 정상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은 지원 덕에 사장에 올랐다는 논란이 사실로 굳혀지고 있어 '낙하산' 꼬리표가 아킬레스 건이 될 수 있다"며 "핵심 임원들이 박 후보에게 등을 돌릴 경우 사장 직무를 수행하기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큰 만큼 '낙하산' 꼬리표부터 떼야 경영행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해외사업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노조가 박 후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낙하산 인사'라는 점이지만, 그밖에도 해외수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사장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은 '푸르지오'로 대변될 만큼 주택건설 분야의 강자로 알려졌지만, 해외 플랜트 등 해외사업도 매출의 31%(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해외경험이 부족하다는 회사 안팎의 부정적 평판을 깨야하는 숙제인 셈이다.
실제 박 후보가 근무한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주택시장이 사업의 중심이었다. 박 후보 역시 사장재임 당시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분야에서 낸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4년간 맡기도 했다. 그만큼 해외사업과 관련한 경험이 적은 셈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은 부족장 풍습이 아직 남아 있어서인지 발주처와 CEO의 관계가 다른 곳보다 중요하다. 사장이 직접 PT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해외사업 경험이 전무한 박 후보가 해외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박 후보의 향후 조직장악력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사장 인선 작업이 더뎌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박영식 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14일에 이미 끝났지만, 후임이 결정되지 않아 박 사장이 여전히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일반 직원들은 덜하겠지만, 임원이나 주요 사업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리더십 공백이 기업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