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MRO 산업 육성안 지연에 따른 책임져야"아시아나항공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사태 키웠다"
  • ▲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연합뉴스
    ▲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 철회 의사를 밝힌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무책임한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충북권에서는 무책임한 파트너십을, LCC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MRO 산업 육성방안이 지연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6일 청주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충북도와 충북 경제자유구역청, 청주시와 함께 MRO 사업을 추진키로 협약을 체결한 지 1년 6개월만이다.

    회사 측은 "MRO 사업은 시설비와 인건비 등에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라며 "1년 6개월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LCC 업체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무책임하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계속 미뤄오면서 정부가 작년 1월 발표한 MRO 산업 육성안이 장시간 지연됐기 때문이다.

    일부 LCC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국적사와는 달리 기체정비, 엔진정비, 부품정비 등 중정비를 대부분 해외업체 위탁해 해결하고 있다. 이같은 LCC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국내에서도 MRO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한국항공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MRO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상당수 비용을 해외에 지급하고 있다. 국내 항공기 MRO 해외 유출 비용은 2009년 3960억원, 2010년 4070억원, 2011년 4290억원, 2012년 5940억원, 2013년 756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작년 한국의 MRO 비용은 1조4880억원이고 이 중 51%인 7560억원은 해외 업체에 지급됐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MRO 산업을 빨리 육성해야 해외에 정비를 위탁하는 LCC들이 국내에서 정비를 받아 정비 불량률을 낮출 수 있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이 1년 6개월 가량을 MRO 사업성을 검토한다고 미적거려 MRO 산업 육성 또한 늦춰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사업이다보니 사업성 검토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까 검토할 사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라며 "해외 파트너와 같이 검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충북, 아시아나항공 "무책임한 파트너십" 비난

    충북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무책임한 파트너십에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충북 경자청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줄곧 "도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고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 1년 넘게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박삼구 회장과 직접 만나 MRO 사업건에 대해 협의할 당시에도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지 않았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충북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을 검토할 시간과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는 지적이다.

    충북 경자청 관계자는 "확실한 답변 없이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왔다"라며 "아시아나항공 쪽에서 지난 7월 답변을 준다고 했는데 1달 가량 늦은 8월에서야 공문을 통해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충북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MRO 사업 철회 결정 여파가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충북도의회 새누리당의원들은 이 지사 사퇴와 전상헌 충북경자청장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편, 충북도와 충북 경제자유구역청, 청주시 등 지자체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지난해 1월 20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청주 MRO사업을 추진해 왔다. 아시아나항공은 협약 체결 이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사업계획서 작성에 나서는 등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시로 MRO 사업계획서 재검토에 들어갔고 이후 1년여가 되도록 별다른 움직임이나 입장을 보이지 않아 사업 포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내부 사정을 이유로 사업 포기를 결정했고 지난 26일 이 같은 의사를 충북도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