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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연내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한 해 매출이 10조원에 달하는 대형건설사의 매각인 만큼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에는 기대감보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년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건설 사모펀드(PEF, KDB밸류제6호) 지분을 연내 매각하기로 했다.
산은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은 50.75%(2억1093만1209주)로, 시가총액으로는 1조3000억원 이상이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밸류제6호는 산은이 전액출자한 PEF로, 내년 10월 만기가 도래하면 산은은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산은이 최근 비금융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만기연장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산은 측은 "투자자별로 의사는 다르겠지만, 만기 연장보다는 가능한한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매각공고 시점은 이르면 올 연말로 보고 있으며 주간사를 선정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제 값조차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은은 PEF를 통해 대우건설 구주 인수(주당 1만5000원)와 유상증자 참여(주당 1만8000원)로 지분을 확보하는데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전날 종가(6300원) 기준으로 지분매각에 나설 경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1조3288억원에 불과하다.
매각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더라도 1조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술적으로는 적어도 주가가 1만4000원은 넘어야 본전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도 국내외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우건설 매각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의 주가전망을 분석한 결과 대우건설 목표주가는 약 7600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1300원 높은 수준에 그쳤다.
A증권 연구원은 "그나마 국내 주택사업으로 해외사업의 부진을 커버해왔으나 최근 부동산시장에 부정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상승세가 꺾일 경우 해외부진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지만 해외수주 물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과거 수준의 주가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얼어붙은 해외건설 경기로 수주가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해외건설협회 집계를 보면 올 들어 현재까지 대우건설 해외 신규수주액은 모두 5억1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억7788만달러 보다 79.3%, 2년 전 33억8699만달러 보다는 84.9%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전체 해외 신규수주액이 218억5694만달러에서 124억5421만달러로 43.0%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급격히 하락한 셈이다. 실제로 10개 건설사 중 4147만달러 수주에 그친 SK건설(지난해 대비 1.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감소했다.
신규수주 감소는 자연스럽게 수주잔고 하락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기준 해외수주 잔액은 총 8조803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조3092억원에 비해 14.6% 줄어들었다.
때문에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매각방법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회자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해외매각과 사업별 분리매각, 국내 사모펀드나 중소형건설사 인수 등 네 가지로 좁혀진다.
해외매각은 인수 참여자의 범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 가능성을 높이지만, 론스타 사태와 같은 '먹튀의 재현'이 우려된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해외에 매각을 하게 된다면 관련 문제를 해결할 대책 등 단서를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에 매각된다면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거나 단기간 자산을 매각해 차익을 얻고 먹튀할 가능성도 있다"며 "매각 전 일정 기간 고용승계 여부와 지속투자 가능성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리매각의 경우 우량 사업부 몸값을 높여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산은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방안이다. 업계에서도 지난 8월 산은이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사장 자리에 앉힌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분리 매각의 경우 '대우건설'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잃게 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시나리오는 주인이 산은에서 민간으로 바뀌는 것 외에는 변화가 거의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주가 부양에 성공하지 못해 자칫 '헐값 매각' 논란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중소형건설사가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나서는 방안도 있지만, 시평 4위의 대형건설사를 품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다른 대형사와 마찬가지로 중동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해외수주 물량으로 중흥기를 맞는 듯 했으나 저가수주로 인한 부실이 드러나면서 빅배스 실현으로 영업가치가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경영 능력을 가진 토종 자본에 매각되는 것이지만 건설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대형사를 매수할만한 주체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