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주요 역에 비상열차 대기·수능일 수도권전철 정시 운행 최선정부 "고임금·평생직장 노조가 국민 불편 외면"
  • ▲ 열차 정비 점검.ⓒ연합뉴스
    ▲ 열차 정비 점검.ⓒ연합뉴스

    철도노조 파업이 15일 50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오는 17일 치러지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수험생 안전 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대체인력 피로도 증가 등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열차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고임금의 철도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으로 국민 불편을 외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수능일 오전 5~8시 수도권전철 정시 운행 최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17일 수능시험과 관련해 수험생 특별 수송대책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코레일은 수험생이 고사장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수능일 당일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수송대책본부를 운영한다. 부사장이 광역철도의 안전운행을 지휘하고 홍순만 사장과 간부는 수능일까지 현장 안전활동을 독려하기로 했다.

    전국 주요 8개 역에는 고속열차(KTX) 1편성과 일반열차 7편성, 수도권전동차 차량기지에는 전동차 13편성이 각각 비상 대기한다.

    코레일은 수능일 오전 5~8시 수도권전철의 정시 운행에 최선을 다하고 운행 상황을 살펴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필수유지업무 기관사와 경력기관사를 우선 투입하고 주요 역과 열차에 간부급 직원을 추가 배치하거나 함께 타도록 해 안전운행과 수험생 수송을 지원한다.

    기동 정비반을 운영해 수도권전철 29개 역에 46명의 차량정비요원을 집중 배치하고 기술지원 인력도 두 배로 늘린다.

    영어영역 듣기평가 시간인 오후 1시10분부터 25분간은 사상사고 우려 등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고사장 주변 운행 열차의 기적 소리를 통제한다.

    열차 지연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경찰청과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수험생 긴급 수송을 위한 차량 지원 등 연계수송 대책도 마련한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철도노조의 장기파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수험생 안전 수송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파업이 수능이 끝난 뒤 벌어져 수험생 불편이 없었다.

    올해는 파업 장기화로 대체인력 피로도가 커지면서 불시에 열차 운행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지난 10일 오후 11시 33분께 발생한 KTX 터널 내 운행 중단도 대체인력으로 투입한 기관사의 현장감각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구간에선 전기공급을 차단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조처하지 못했고, 승객이 50분 가까이 어둠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철도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열차 사고와 고장은 잇따르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이어진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승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오후 9시29분께 경기 평택역을 출발한 무궁화호 열차에서 출입문 1개가 3분의 1쯤 열린 채 충남 천안역까지 운행하는 사고가 났다. 승무원은 승객 항의를 받고서야 출입문 고장을 파악했다.

    이에 앞서 22일에는 지하철 분당선 열차가 서울 왕십리역 근처에서 동력장치 고장으로 멈춰 서는 바람에 승객 150여명이 1시간 넘게 갇히는 사고가 났다. 이 열차도 군 소속 대체인력 기관사가 운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 정부가 15일 철도노조 파업 50일째를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강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연합뉴스
    ▲ 정부가 15일 철도노조 파업 50일째를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규홍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강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연합뉴스

    ◇정부 "철도노조 평균연봉 6700만원에도 국민 불편·물류 피해 외면"

    정부는 이날 철도파업 장기화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하고 철도노조의 신속한 현장복귀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함께 발표한 부처 공동담화문에서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 저지를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다"며 "성과연봉제는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열심히 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120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이미 도입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레일도 2010년부터 7개 직급 중 1·2급과 3·4급 관리직에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들어 시행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수익성만 추구하다 철도 서비스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저성과자 퇴출제도로 전락할 것이라지만, 오히려 안전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평가요소에 안전사고 건수·운행장애율 등 안전성과 공공성이 반영되고 그룹단위로 평가하므로 저성과자 퇴출을 위한 제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철도노조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명분 없는 파업을 이어간다고 비난했다.

    강 장관은 "지난해 기준 코레일 직원 평균임금은 6700만원으로 근로자 상위 10%에 해당하며 근로자 평균 연봉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라며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8.5%로 일자리를 못 구해 많은 젊은이가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공기업 노조가 국민 안전과 물류 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명분 없는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은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대체 인력의 피로 누적 등으로 말미암아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우려된다"며 "정부는 대체인력 확충, 정규직 채용 등을 통해 열차운행을 정상화하면서 비효율적인 근무체계를 과감히 개선하고 코레일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과 조선업 구조조정, 내수 부진 등 국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로, 만에 하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는 물론 철도노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17일은 수능시험일로 수험생이 교통 불편 없이 수험장에 도착할 수 있게 철도노조는 하루빨리 현업으로 복귀해 노사 간 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코레일은 징계절차를 재개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코레일은 지난 7∼9일 철도노조와의 집중교섭을 이유로 한차례 연기했던 징계위원회를 오는 24일부터 차례로 열 예정이다. 파업 주동자와 적극 가담자로 분류된 226명이 대상이다.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대상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2월 파업 당시 100명 이상의 노조 간부가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았던 징계 대란과 대량 해고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업 50일째… 열차운행률 평소 83.1% 수준

    코레일은 15일 오전 6시 현재 평소의 83.1% 수준에서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전체 열차운행 대수는 2874대에서 2347대로 줄었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소처럼 정상 운행한다. 반면 수도권 전철은 2052대에서 1779대로 운행계획이 줄어 평소의 86.7% 수준에 그친다. 새마을호는 46대에서 28대, 무궁화호는 268대에서 167대로 줄어 운행률이 각각 58.3%와 62.3%에 머물 전망이다.

    화물열차는 평소 241대에서 108대로 줄어 44.8% 수준으로 운행한다.

    현재 파업참가자는 7270명, 복귀자는 504명으로, 파업참여율은 39.6%다.

    한편 코레일은 18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수험생 응원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수험생이 기차여행을 할 경우 동반 1인까지 KTX 요금을 최대 30%까지 편도 10회 한도로 할인해준다.

    수험표를 가지고 열차 출발 2일 전까지 전국 주요 역 여행센터에서 할인 승차권을 살 수 있다. 철도회원은 철도고객센터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예매는 16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