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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 여파로 발주가 예상됐던 중동시장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지연되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기업 해외수주 실적은 현재 240억8022만5000달러(약 28조2700억원)로, 지난해 461억 달러(54조800억원) 대비 45%나 하락했다. 수주건수 역시 209건으로 지난해 643건 대비 21% 감소했다.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액이 300억 달러를 넘지 못한 것은 2006년 164억 달러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주 실적은 지난 2007년(398억 달러) 보다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500억 달러가 넘는 실적을 기록했던 우리 해외건설 수주가 2년 연속 30%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 수주액을 살펴보면 중남미국가가 15억3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하락해 최대 감소폭을 보였으며, 아시아국가 역시 106억6700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54.8% 감소했다.
이어 중동국가 수주금액이 93억4800만 달러로 1년 새 38% 줄었고 △북미시장 13억7700만 달러 43% △유럽 5억7000만 달러 41% △아프리카 6억4600만 달러 6%씩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다. 건당 수주금액도 지난 2014년 9300만 달러에서 2015년 6600만 달러, 2016년 현재 4700만 달러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지지부진한 데는 중동국가 재정악화와 아시아시장에서의 고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아시아시장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80~90%를 차지했었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그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급락과 이란 특수가 요원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배럴당 40달러대까지 유가가 떨어지면서 산유국들의 산업설비 부문 발주가 뚝 떨어진 것. 이는 지난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 증산으로 발생했던 쇼크성 가격하락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내년 해외시장 전망도 밝지만 않다. 올해와 비교해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내 원유생산이 증가할 경우 저유가 기조는 지금 보다 짙어져 내년에도 중동 산유국들 발주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금리인상 역시 내년 전망의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자금이탈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해당국가 발주량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다.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52달러 수준으로 향후 유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OPEC의 감산 합의로 향후 국제유가가 60~65달러대까지 오른다면 중동시장 수주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대규모 발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올해 해외수주가 극심한 상태서 내년 주택경기마저 급락할 것으로 전망돼 몸집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