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 경매건수에 경쟁률·낙찰가율 '고공행진'신규분양시장 옥죄자 경매로 내 집 마련 수요증가대출규제강화‧금리인상 시 "경매시장 조정국면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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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입구에 몰린 사람들. ⓒ연합뉴스
지난 5월 낙찰된 경기 고양시 전용 45㎡ 한 아파트에는 무려 94명이 응찰자가 몰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아파트는 감정가의 119%에 낙찰됐다. 최근 경매에 부쳐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아파트의 전용 83㎡는 6명이 입찰 경쟁을 벌인 끝에 감정가의 106%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올해 경매시장은 공급부족과 수요증가가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치열한 경쟁과 고가낙찰이 잇달았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신규분양시장을 옥죄자 이참에 경매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 같은 호황은 내년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이후 경매물건이 대거 쏟아지면 경쟁률 및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진행된 경매건수는 12만3945건으로, 역대 처음으로 13만건을 밑돌았다. 지난해 경매건수가 15만2506건으로 역대 처음으로 20만건 이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0년 이후 평균 경매진행 건수인 21만2362건에 비하면 58% 수준에 불과하다.
경매건수가 줄면서 청약경쟁률은 올라갔다. 특히 수도권 주거시설과 수익성이 높은 물건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올해 법원경매 평균 응찰자는 4.2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경매 통계가 작성된 2001년 1월 이후 최고치인 4.3명을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응찰자 수는 4.3명에 달했지만, 11월 들어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와 일반부동산 거래하락 등이 겹치면서 응찰자 수가 소폭 감소했다.
평균 낙찰가율은 71.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87.3%로, 5년 연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토지와 업무·상업시설 낙찰가율은 각각 68.6%, 64.9%로 상승기조를 이어갔다. 공업시설의 경우 66%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실수요자의 경매시장 진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임대목적의 경매 참여자들 역시 가격이 저렴하고, 신혼부부나 1인 가구 등 월세 세입자를 구하기 쉬운 물건들로 몰렸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금리인하는 신규 분양 및 재건축시장 등의 활황으로 이어졌고,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 등을 높이면서 투자 및 실거주 목적으로 경매시장에 진입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반면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연체율 등이 급감하면서 금융권 연체 신규 물건이 대폭 줄어 공급 부족 및 수요 증가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경매 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경매시장의 열기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제 성장 전망치가 2%대에 그친데다 1년간 유예된 미국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동안 저금리로 유예됐던 경매물건이 대규모 시장에 풀리고, 이는 경쟁률 및 낙찰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내년부터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마련이 어려워지고 금리마저 인상되면 경매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매 물건 감소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연체율이 지난 10월까지 역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어 금융권이 경매를 통해 채권회수할 주거시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연체율이 상승할 경우 경매 물건이 대량 발생할 수도 있다.
경매수요 역시 올해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당장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외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80%에서 70%로 낮아지면서 경매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이어질 경우 경매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유찰물건이 늘어날 수 있다.
올해 고공행진 중인 낙찰가율 상승세는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위축된 영향도 있지만, 감정가가 상승하면서 조정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일반 부동산시장의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경매시장에는 미쳐 상승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 물건이 대거 등장하면서 낙찰가가 시세보다 높은 물건이 속출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 일반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멈추고 전년도 상승분이 감정가에 반영된 물건이 나오면 낙찰가율은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물건이 경매 처분된 후 실제 경매법정에 나오기까지 평균 6~7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내년 2~3분기 이후 경매물건 급증과 함께 시장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낙찰가율도 본격 하락할 수 있다"며 "적정가격에 주택을 낙찰받고 싶다면 지금보다 물건이 많고 경쟁도 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 이후로 응찰시기를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