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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 끝이 현직인 정성립 사장에게까지 향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오전 정성립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15시간에 걸친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정 사장이 2015년 영업손실 규모를 1200억원 가량 축소하도록 지시하며 회계사기를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범죄 경중 등을 검토했을 때 범행을 주도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 구속 영장 청구 등 별도의 신병처리 없이 불구속 처리할 방침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주에만 매진해야 하는 대우조선에게 정 사장의 검찰 소환은 또 다른 악재로 보여진다. 이전까지의 수사는 전직 사장들과 관련됐기에 대우조선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수주를 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직 대표로 있는 정성립 사장에게 불구속 방침이 내려지면서 대우조선은 대외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향후 대우조선이 선박 및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고재호 전 사장도 금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 전 사장의 광범위한 분식 회계에 대한 고의를 인정했으며 이를 시정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대우조선을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그의 말들은 허공에 외친 메아리로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정상화를 공언했던 정 사장이 그가 저지른 일들로 선주들의 신뢰를 잃게 생겼기 때문이다. 당장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번 사건의 경위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직원들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소난골 드릴십 인도마저 해결 기미가 안보이면서, 정 사장이 외쳤던 대우조선 정상화는 어둡기만 하다.
물론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에 추가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 당장의 위기는 없는 듯 보인다. 그럼에도 검찰 조사로 실추된 신뢰 회복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대우조선 정상화는 말로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마곡 부지 등 비핵심 자산들을 매각하면서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주절벽이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얼마나 버텨낼지 의문이다.
리더를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은 작금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이번 사건으로 정 사장이 대우조선 임직원들에게 잃은 신뢰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절벽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정성립 사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 직원들이 받은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대우조선이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사항이 신뢰 회복이라는걸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정 사장은 하루 빨리 직원들에게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고, 다시 한번 리더로 인정받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