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74차 교섭, 사측 불참으로 열리지도 못해수주잔량 2위 자리도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 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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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노사갈등의 골이 날로 깊어지면서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임단협 타결을 놓고 최종안을 내놓은 사측과 금속노조 참여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노조측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아 충돌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3일 2016 임단협 74차 교섭을 계획했지만 사측의 불참으로 결렬됐다.

     

    지금까지 수십차례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사측이 참석을 하지 않아 개회조차 이뤄지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74차 교섭부터는 노조 대표로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권한을 위임받아 교섭대표로 나섰다. 하지만 사측은 금속노조 조직 형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금속노조의 교섭참여를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사측은 테이블에 나타나지 않았고 74차 교섭은 끝내 불발됐다.

     

    회사측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교섭 대표로 나선다는 사실을 사측에 미리 알리지 않은 상황이라 교섭을 진행할 수 없었다"면서 "향후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절차를 거쳐 동의를 받으면 협상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설 전 임단협 타결을 위해 노사 양측은 매일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 그런 와중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최종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부함에 따라 노사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강환구 사장은 지난 20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올해 말까지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겠으며, 고통분담을 위해 전 임직원이 올해 기본급 20%를 반납하자"면서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임단협 타결에 금속노조 개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대한 외부의 힘을 빌어 임단협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관철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노사 양측이 끝내 평행선을 달린다면, 현대중공업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실행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홍으로 인해 현대중공업 주가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도 영업흑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 하락은 현대중공업 내부 갈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11월 중순 15만80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13만9000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수주잔량 세계 2위 자리도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 내주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노조는 사측이 진행하는 분사 등 구조조정 계획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내부에서조차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현수회, 정우회, 현중다물단, 팀장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 직무써클연합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수십년간 현대중공업의 울타리 안에서 일했으나 지금껏 이정도로 피부에 와닿는 위기는 없었다"며 "이제는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에게는 "해를 넘기면서까지 임단협을 끌고 왔으면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했다"며 "마땅한 해결책도 없으면서 지금껏 조합원들 앞에서 목소리만 높인 것이냐"며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