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위기, 최선의 극복 방안은 '당사자간 해결'정치권 개입, 자칫하면 노사 장기 분쟁 일으킬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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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중공업

     

    최근 정치권에서 조선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조선소를 방문하는 등 민심 청취에 나서며 조선업에 대한 구애를 하고 있다. 다만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정치인들의 행보가 자칫 표심잡기용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제일 먼저 조선소를 찾은 정치인(?)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6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업의 어려운 실상을 전해듣고 많은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사명을 '대우해양조선'으로 잘못 읽는 등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최근 대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정치인으로의 삶은 마무리 했지만, 그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조선사를 방문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야권에서는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문제를 국회까지 끌어들여 이슈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 대선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상반기 가동 중단을 앞둔 군산조선소를 찾는가 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현대중공업 노조와 만나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분사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일 군산을 찾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현대중공업이 군산에 이주할 당시 지역에서 많은 지원을 했다"며 "기업이 이익을 얻을 때는 본인들이 다 취하고 손해가 날 때는 지역과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현대중공업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경영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노동자 피해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줘야 한다"며 "2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조선업이 처한 상황은 현실적인 위기이기에 그것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안은 당사자간의 자치적인 해결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같은 민감한 사안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당사자간 위기 극복 노력에 다른 계산이 깔릴 수 있어, 장기적으로 악성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같은 문제는 현대중공업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지역 언론에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결정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조선업을 걱정해 지원하기로 했다면 죽어가는 중소조선사들 살리기에 앞장서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노총의 거대한 힘을 등에 엎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장하는 바를 관철하는게 우선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곧 대기업이 우선시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같은 강성 노조가 있는 회사는 노조의 강력한 힘으로 사측이 진행하는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지만, 중소 조선소들은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즉, 정치권이나 외부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살아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중소 조선소들 살리기에는 등한시하면서 덩치가 크고 정치적인 이슈를 끌어낼 수 있는 현대중공업 문제에 정치인들이 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군다나 대선이라는 정치권 거대 이슈가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는 정치인들의 행보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지원이 절실한 조선업이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이슈 앞에 표심잡기용에만 그칠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