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누적 금액, 지난해 연간 수준 이미 돌파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세수 펑크 직면
  • ▲ 한국은행 ⓒ정상윤 기자
    ▲ 한국은행 ⓒ정상윤 기자
    정부가 올해 1~3분기 한국은행에서 152조6000억원을 빌려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42조원은 상환했고, 약 11조원 가량의 대출 잔액이 남은 상태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10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3분기까지 9개월 동안 총 152조6000억원을 빌렸다가 142조1000억원을 상환했다.

    과거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올해 3분기 말 누적 대출 규모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아직 4분기가 남아있지만 이미 3분기 말까지로도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일시 차입 규모(117조6000억원)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일시 차입 횟수도 75회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64회) 수치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올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1936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지난해 연간 이자액(1506억원)을 돌파했다.

    일시 대출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 2분기 3.563%, 3분기 3.543% 등으로 3%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 2분기 0.601%까지 떨어졌던 이자율은 2022년 1분기 1% 선을, 그해 4분기 2% 선을, 지난해 1분기 3% 선을 차례로 돌파하는 등 우상향하고 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은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임광현 의원은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급하는 데 한은 일시 차입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 올해 들어 지난달 12일까지 정부의 일별 차입 내용을 보면, 전체 68회 중 26회(38%)가 공무원 월급 지급일 하루나 이틀 전에 차입이 이뤄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기획재정부는 기관별 공무원 보수 규정에 따라 월급 지급일 1~2일 전에 각 기관에 급여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임 의원의 설명이다.

    임 의원은 "정부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으로 시급한 예산 지출을 위해 한은의 일시 차입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라며 "기재부가 공무원 월급 지출 자금이 부족해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월급을 조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