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국감에 주요 그룹 총수-경영진 줄소환과방위는 정의선-노태문 등 기업인만 161명 '역대 최대'재계 "병풍 세우기, 망신 주기 등 막무가내식 호출 아니길"
  •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161007 사진=공준표 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161007 사진=공준표 기자
    여야가 다음 달 7일부터 약 한달간 열릴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했다. 올해도 기업인을 불러놓고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는 '병풍 세우기' 또는 일방적 호통만 치는 '망신 주기' 국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증인 108명과 참고인 53명 등 총 161명을 무더기로 채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4대 그룹 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포함됐다. 그는 KT의 최대주주 변경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중저가 단말기 관련 참고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무위원회는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소유주 일가의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화는 김 부회장의 정무위 증인 채택 후 "한화그룹은 적법절차에 따라 정도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 어떠한 편법이나 부당한 의혹이 제기될만한 사항이 없으며 앞으로도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경영할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김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점은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우리은행 친인척 부정대출 관련)과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금융사고 및 지배구조 관련)도 정무위 국감에 소환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부회장)도 참고인으로 채택해 산업기술 유출 예방조치 및 점검방안을 확인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대기업-중견‧중소기업 교란 행위),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카카오택시 등 수수료 및 이용 불편), 김영섭 KT 대표(한국전력공사 원격검침 인프라 구축 모뎀사업 관련), 방경만 KT&G 대표(불공정 판매 강요 문제), 강한승 쿠팡 대표(자사 우대 노출), 피터얀 반데비트 우아한형제들 대표(소상공인 배달수수료 관련) 등도 국감장에 나올 예정이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장형진 고문을 부른다. 낙동강 핵심 오염원에 대한 그룹의 책임을 묻기 위한 취지다. 안 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도 사업장 탄소배출 등에 관해 질의할 예정이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은 산업재해 발생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가 벤츠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와 관련,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류긍선 대표(배회 영업에 대한 가맹 택시 수수료 부당징수 관련)와 김병주 회장(고려아연 M&A 추진에 따른 지역사회 우려 해소 방안)은 국토위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마크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렀다. 휴대전화 긴급전화 서비스 문제와 관련해서다. 장재훈 사장은 경찰 순찰차 납품과 관련한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마티아스 바이틀 대표는 배터리 화재와 관련, 행안위 국감장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국감은 국정 전반을 감시·견제하라고 입법부에서 부여한 권한이다. 따라서 피감기관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어야 한다. 기업인들을 부른 것은 국민을 대표해 주요 현안에 대해 기업의 입장을 듣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자리여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국감을 기업인을 불러 호통치거나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도구로 써왔다는 점이다. 장시간 대기만 시켰다가 끝내거나 질문에 제대로 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윽박지르기가 다반사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기업인에게 반드시 해명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면 국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게 온당하다"면서도 "올해는 과거처럼 막무가내식 호출이 아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