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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정반대의 경영실적을 내놓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과 오일뱅크의 실적 호조로 흑자 전환된 반면 삼성중공업은 수주꼴찌를 면치 못하며 적자를 이어나갔다. 트럼프 행정부 수립으로 유가, 환율 등 대외 변수가 많아진 올해는 경영실적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2016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6419억원을 달성하며 3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동기간 매출은 39조3173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 실적 개선의 밑바탕에는 조선부문 실적 호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3사의 영업이익은 총 71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44%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실적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총 8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약 50%를 차지했다. 결국, 그룹내 조선 3사와 현대오일뱅크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도 적자를 이어나갔다. 적자폭을 대폭 줄이긴 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 지난달 25일 2016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영업손실이 147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15년에 비해서는 손실을 90.2% 줄였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동기간 매출은 10조4142억원으로 전년대비 7.2%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 희망퇴직 위로금 등 일회성 비용이 약 2000억원 반영된 점이 적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전혀 다른 실적을 내놓으면서 올해는 어느 업체가 실적 호조를 이뤄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분사라는 최대 이슈가 있는만큼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중공업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올해 매출목표를 14조9561억원으로 크게 낮췄다. 영업이익은 현대오일뱅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흑자 기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중공업도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해양플랜트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시추설비에서 수주를 해야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낙관적이지 않다.
다만 2018년부터 시황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발주 물량이 하반기부터 빨리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은 양사 실적 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선가에 반영되기 전 발주처에서 서두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일정폭으로 상승해 유지된다면 해양플랜트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는 삼성중공업 실적이 더 나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연초 현대중공업이 국내 선주사 폴라리스쉬핑과 10척 이상의 초대형 광석운반선 계약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가 좋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