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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수주 등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정작 집안문제는 해결하지 못해 내홍을 겪고 있다.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이 아직까지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조 내부에서 그만 타결짓자는 주장과 더 버티자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임금 및 단체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노조원들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그간 노조 간부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했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임단협이 계속해서 늘어지자 현실적인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추진될 분사는 차치하고 임단협에서 유리한 조건을 달고 타결을 보자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분사를 동의해 주면서 임단협에서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27일 임시주총에서 승인될 회사 분할은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면서 "내줄건 내주면서 최대한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7일 분사가 결정되면 노조 간부들이 분사 동의라는 협상카드도 쓸 수 없다"며 "주총 전에 취할건 취하고 버릴건 버리면서 협상을 마무리 해야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강성 노조원들은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짓자는 일부 조합원들을 노조파괴 세력이라 규정하며, 분사철회 전 타결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현대중공업 내홍이 노사를 넘어 노노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잇따른 수주로 회복 분위기를 타고 있는 국내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현대중공업 노조문제로 깨질까 우려스럽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해 노사가 함께 위기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78차까지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달 23일 열린 74차 교섭 이후로는 협상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산별 노조 전환으로 금속노조가 교섭에 개입하면서 사측이 교섭장에 나오길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7일 울산지방법원에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신청'을 냈다. 74차 교섭 이후 5차례 열린 본교섭에서 협상을 계속 거부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노사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울산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에 대한 계획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노조는 27일 주총 이후 분사가 승인되면 사측에 맞설 별다른 카드가 없어지며 코너에 몰리게 된다. 따라서 실리 취득과 조합원들간 갈등 봉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임시주총 개최 전 임단협을 마무리할 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