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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노조가 사측의 분사에 맞서 전면파업이라는 카드를 다시 꺼내들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 가입으로 외부 힘을 얻은 노조가 오는 27일 임시주총장에서 분사를 막기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에 나설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분사여부 결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 양측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총장에서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노조가 27일 주총장을 봉쇄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사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자칫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임시주총을 무산시키려는 움직임에서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1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금속노조와의 연대투쟁, 강도높은 파업으로 주총장을 반드시 봉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일 파업, 시위 등을 통해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임시주총 개최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을 최대한 활용해 투쟁의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노조는 23일과 24일, 주총 당일인 27일까지 8시간 전면파업을 실행할 계획이다. 앞서 22일에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연대해 4시간 부분파업과 구조조정 중단 촉구 시위도 열기로 결정했다.
노조의 이같은 단체행동은 파업으로 투쟁의지를 불살라 27일 임시주총 자체를 무산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동력을 잃었던 파업이 사업분할로 노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금속노조와의 연대까지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어 파업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노사 양측이 이렇게 극한 대립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쌓인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분사 이후 고용조건을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사업분할을 하더라도 큰 테두리에서 현대중공업 일원인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렇기에 고용과 근로조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해명을 감언이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재 사업분할 승인을 위해 고용조건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분할 이후에는 어찌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게 노조의 시각이다.
사업분할이 극한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임단협 협상은 시계제로 상태다. 현재까지 80차례 열렸지만 지난 74차 이후부터는 협상 개시조차 되고 있지 않다. 금속노조 개입으로 사측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립 이래 최장기간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27일 임시주총날 분사가 결정된 이후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사업분할, 군산조선소 잠정 가동 중단 등으로 노조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27일 사업분할이 결정된 이후에는 노조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임단협에서 실리를 취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오는 27일 오전 10시 울산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비조선부문 회사 분할에 대한 계획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안건이 가결되면 4월 1일 분사가 이뤄져 각 사업부문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로 새 이름을 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