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업 역량과 가치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노조 반발로 4차례 정회·재개 반복, 장외선 전면파업
  • ▲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현대중공업
    ▲ 27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이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진통 끝에 사업 분할을 확정했다. 노조의 반대로 임시주총이 파행을 거듭했지만 결국 분사 관련 안건이 가결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계획서 승인과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총 2개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사업부 등 3개 사업부는 독립법인으로 분사하게 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사업분할은 장기화되고 있는 불황에서 각 사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라며 "각 회사를 업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양부문만 남게된 현대중공업은 향후 핵심사업인 조선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최근 해외 선주로부터 선박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현대중공업 올해 실적은 분사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조선‧해양플랜트‧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할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6개 회사 중 현물출자 방식인 그린에너지와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 12월 각각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주)와 현대글로벌서비스(주)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이날 분사 안건이 승인되면서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재상장되는 현대중공업 및 신설 회사의 주식은 5월 10일부터 거래가 가능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사로 각 회사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의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 분할이 완료되면 존속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은 파행을 거듭했다.

     

    임시주총장은 노조의 강한 반발로 볼썽사나운 사태가 연출됐다. 분사를 막기 위해 우리사주를 보유한 조합원들이 주총장에 들어가 진행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주총 시작 전 행사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 50여명의 진행요원을 주총장에 먼저 들여보냈다. 이에 조합원들은 주총 전에 입장한 회사의 행사 진행요원들을 내보내고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주총은 두시간여 진행되면서 총 4차례 정회와 재개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한때 조합원들과 사측 진행요원이 몸싸움을 벌여, 경찰 병력이 주총장 내에 진입해 중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분사를 막기 위한 장외투쟁도 이어갔다. 23, 24일에 이어 금일에도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전면파업에 돌입한 것.

     

    하지만 23, 24일 대다수 조합원들이 불참하면서 전면 파업은 동력을 크게 잃었다는 평가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도 1000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에 참여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임금손실을 우려해 조합원들 참여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결국 사업 분할을 통과시켰다"면서 "이제는 멀어진 노사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단협 협상도 조속히 마무리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분할 신설회사인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가칭), 현대건설기계(가칭), 현대로보틱스(가칭)가 각각 김우찬 법무법인 동헌 대표변호사 등 3명,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등 3명, 김영주 법무법인 세종 고문 등 3명을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도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