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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임단협 협상에서 히든카드를 잃었다. 지난 2월 27일 노조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계획한 사업 분할안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면서다. 조속히 임단협을 마무리하자는 조합원들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노조 집행부가 더 버틸 명분이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 사이에서 임단협을 마무리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간 분사 반대에만 치중하며 임단협을 미뤄왔지만, 사업 분할이 승인되면서 더 이상 협상을 늦출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분사가 이뤄지면 임단협 타결금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노조내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강한 투쟁을 주장하는 노조 집행부에게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불만이 속출하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그간 조합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독려하며 줄곧 분사 반대를 외쳐왔다. 사업 분할 승인이 결정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는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등 투쟁강도를 높였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 요구사항이었던 임단협 타결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하지만 임시주총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강행했음에도 사업 분할을 막지 못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제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 첫번째 요구가 2016년 임단협 타결인 셈이다.
사실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부터 노조내에서 사업 분할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임단협을 유리하게 끌고 가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사측이 진행하는 사업 분할을 막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노조 집행부는 금속노조의 힘을 빌어 분사 반대만을 외쳐댔고 결국 사업 분할을 막지 못했다. 때문에 조합원들 사이에서 집행부를 탓하는 목소리와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하자는 주장이 함께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현대중공업 노사는 83차 교섭날짜를 확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이르면 금주내 임단협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사가 확정된 마당에 노조 집행부 역시 임단협을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임단협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노조 집행부의 의지만이 임단협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2016년 임단협은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현재까지 노사는 임단협 타결을 위해 82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금속노조가 개입하기 시작한 74차부터는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면서 81차까지 열리지도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당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금속노조 형태가 확정되지 않아 금속노조의 정확한 편재 확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교섭 불참에 대해 해명했다.
금속노조 형태가 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로 확정된 82차 교섭에는 사측이 다시 참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간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르면 금주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83차 교섭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측과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