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2010~2015년 무정차 KTX 선봬… 39~47% 낮은 승차율로 접어국토부, 첫 회의서 운행횟수 일방 통보… 수익노선의 SR에 유리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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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직통 고속열차(KTX·SRT) 도입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인 수요조사도 없이 정책 먼저 발표한 것도 모자라 철도운영자에게 일방적으로 운행횟수를 강요하는 실정이다.
일단 오는 8월 도입 시점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이 각각 상하행선에 2회씩 직통 고속열차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코레일, SR 등과 기술적 검토를 거쳐 8월에 무정차 열차를 새로 도입할 방침이다.
무정차 고속열차를 운영하면 서울·수서~부산은 2시간 이내, 용산·수서~광주송정은 1시간25분에 갈 수 있다.
국토부는 철도운영사와 협의를 거쳐 6월께 구체적인 운행횟수 등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에 직통 고속열차를 최대한 많이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수요다.
코레일은 이미 지난 2010년 12월1일부터 2015년 4월1일까지 경부선 직통 KTX를 상하행선 하루 1회씩 선보였다가 이용률이 낮아 운행을 접었다.
2014년 실적을 보면 서울~부산 직통 KTX의 평균 승차 인원은 440명으로 승차율이 47.2%를 보였다. 부산~서울은 더 열악해 평균 367명이 이용했다. 승차율은 39.3%였다.
같은 해 KTX 평균 승차율은 64%였다. 직통 KTX 승차율이 전체 평균을 한참 밑돌아 20량짜리 KTX의 상당 좌석이 텅 빈 채 운행된 셈이다.
직통 고속열차 운행횟수 증가는 승객 처지에서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선로 용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고속열차는 앞뒤 열차 간격을 수 킬로미터 둬야 하므로 열차 운행횟수가 줄 수밖에 없다. 동대구, 대전 등 중간 정차역을 이용하는 승객의 선택 폭은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불편은 커질 수 있다.
국토부는 정밀 수요조사를 통해 서비스는 향상하고 고객 불편은 없애겠다는 태도다.
이를 위해 이달 발주한 '전국 철도 수요 분석 및 중장기 전망' 용역에 직통 고속철도 관련 수요조사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용역은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다. 용역업체 선정도 끝나지 않았다. 국토부가 기본적인 수요조사도 없이 정책부터 발표해 놓고는 뒷북 수요조사에 나섰다는 비판을 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SR 개통 이후 철도 운행여건이 달라진 만큼 수요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운영사도 어느 정도 수요는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도업계에서는 SR 개통 이후 철도운행 횟수 증가와 운임 할인 등으로 철도 이용자가 늘기는 했으나 단순 이용자 증가와 직통 고속철도 수요를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SR이 이제 겨우 개통 100일을 맞는 만큼 고객 수요를 분석할 만큼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SR 관계자도 "현재로선 직통 고객 수요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적어도 1년은 지나봐야 승객의 구간별 이용 양상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뒤늦게 운행횟수에 따라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황금시간대와 그 외 시간대 수요에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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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국토부는 수요조사도 안 된 상태에서 철도운영사에 최소 운행횟수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운영사 한 관계자는 "2018년 선로배분계획 확정에 따른 고속철도 운행계획과 관련해 지난 16일 국토부와 첫 회의가 있었다"면서 "국토부가 이 자리에서 각 철도운영사에 직통 고속철은 상하행선 각 2회씩, 3회 이내 정차 열차도 각 2회씩 추가하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국토부가 직통 고속철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선로배분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9일이다. 정책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철도운영사와 첫 번째 회의를 열고 멋대로 운행횟수를 통보한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내용을 종합하면 철도운영사는 직통 고속철을 앞선 열차의 운행에 지장을 받지 않는 상하행선 첫 열차나 점심시간 전후로 1시간의 선로점검을 마친 뒤 운행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직통 고속열차 도입이 코레일보다 상대적으로 SR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무정차 열차 도입이 다양한 노선을 운행하는 코레일에 불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코레일은 수요와 무관하게 직통 KTX에 20량 열차를 투입할 공산이 크다. 수요가 더 적은 노선에 10량짜리 열차를 투입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SR은 지금처럼 10량 열차로 수서발 직통 SRT를 운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
양측의 직통 열차 수요가 같다고 가정하면 좌석 수가 적은 SRT의 승차율이 KTX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통 고속철 도입으로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벽지 노선 등 적자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보다 소위 돈 되는 노선만을 운행하는 SR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