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복귀, 최저임금委 사실상 첫 가동 노동계 미묘한 차이… 민주노총 '1만원 고수'·한국노총 '15.7% 이상'경영계 "고용 감소" 역설 주장… 새 정부 눈치에 동결 주장은 어려울 듯
  •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연합뉴스
    ▲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벌써부터 법정 시한을 넘길 것으로 우려된다.

    새 정부가 대통령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원'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노동계의 요구가 그 어느때 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심의위 참석을 미뤄왔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15일 열린 3차 회의에 참석하면서 '최저임금 1만원'을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노동계와 정부의 압박 속에 수세에 놓인 경영계는 "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해보자"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채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연간 15.7%씩 3개년에 걸친 인상을 통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측은 일단 최저임금위의 정상 가동을 환영하면서 논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노사정 공히 부담을 안고 있는 만큼 실질적으로는 최소 15.7% 이상 인상을 요구할 노동계와 동결 보다는 지난해 수준대의 인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한참 계속되다 결국  '두 자릿수 인상'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노동·경영계 늦은 첫 대면… 법정시한 내 결정 불투명

    최저임금위원회는 15일 오후 4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불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이 참석해 노동계와 사용자 측, 공익위원이 모두 모이는 사실상의 첫 회의였다.

    상견례 성격이 큰 만큼 2018년도 최저임금 심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에는 시기상조다.

    우선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위원장을 새로 뽑고 앞으로 회의 일정 등을 정하는 선에서 첫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은 전원회의 진행을 맡게 되며 공익위원 중에서 투표로 선출한다.

    앞으로 일정은 다음 주에 현장 답사와 전문위원회 개최를 거쳐 전원회의를 한 차례 더 연 이후 본격적인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저임금위 일각에서는 벌써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또 법정시한을 넘길 것으로 우려한다.

    위원회 관계자는 "애초 지난 4월3일 첫 상견례를 하고 4~5월 현장 방문과 전문위원회를 통해 사전 조사와 논의를 시작했어야 한다"며 "그동안 노동계가 불참하면서 논의 시점이 늦어졌다. 심의·결정이 늦어져 법정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 기한은 이달 29일이다. 고용노동부는 8월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 제기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시 전 20일로 정하고 있으므로 최종 합의가 이뤄질 마지노선은 다음 달 16일까지다.

    지난해에도 노사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기한을 하루 넘긴 7월17일에야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자 측 "내년 1만원"… 사용자 측 '동결' 주장 어려울 듯

    아직 노사 양측의 구체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사용자 측이 8년 연속으로 '동결'을 주장할지가 미지수다.

    일단 노동자 측은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노동 현장의 절실함을 고려할 때 내년에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며 "열성을 다해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고 필요하면 투쟁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내년도 1만원 도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협상 과정과 여건을 고려할 때 최악에는 1만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과의 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의 첫 요구는 1만원으로 같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공약 등)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할 때 배수진은 인상 폭 15.7% 이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을 실현하려면 현재 647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을 해마다 평균 15.7%씩 올려야 한다. 지난해 인상률이 7.3%였음을 참작하면 인상 폭이 2배 이상 커지는 셈이다.

    노동계는 1인 가구 남성 노동자의 표준 생계비(월 219만원)를 토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은 돼야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지침에 대해 말을 아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경영계의) 내부 지침은 다른 사용자 측 위원과 만나 의견을 나눠봐야 나올 것"이라며 "세상이 바뀌었다. 그동안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했으나 올해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총은 "법정시한 내 심의가 이뤄지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모양새고, 논의가 예전과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총이) 사전에 내부 지침을 정해 참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용자 측에서 새 정부 눈치를 보느라 협상 초반부터 동결 논리를 내세우기는 부담스러울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난을 초래하는 동시에 새 정부가 최대 국정과제로 내건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경총 관계자는 "수출이 호전되면서 일부 대기업은 경기 회복의 조짐을 보이는 듯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얘기는 경영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아지지 않았다고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경총은 지난해도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과 편의점, PC방 등 자영업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어 아르바이트 등 청년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관건은 최저 인상률을 어느 선에서 잡을 거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4년간 평균 인상률이 7.4%였던 만큼 6%대 후반부터 7%대 초반 사이에서 인상안이 제시될 가능성을 점친다.

    다음다음 주쯤 열릴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후 협상을 염두에 두고 6% 미만의 인상률을 밑밥으로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사용자 측은 새 정부 들어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한 채 정부나 노동계에 끌려갈 수도 없는 처지"라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첫해 최소 두 자릿수 인상을 유도한 뒤 실제 최저임금을 적용해보고 이듬해 경제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폭을 조율할 개연성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시 말해 예년 수준이나 그보다 밑도는 수준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10%대 초반의 인상률을 절충안의 마지노선으로 잡고 협상을 벌여나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