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신퉁그룹 'DST로봇 컨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무궁화신탁 등 재무적투자자 '의심의 눈초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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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부토건. ⓒ뉴데일리경제 DB
최근 M&A 우선협상대상자와 MOU를 체결하며 본궤도에 오른 삼부토건 매각작업에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디에스티로봇'이 건설업과 무관한 사업을 추진해 왔던데다 아직은 불편한 '중국자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IF)들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어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부토건은 서울회생법원에 M&A MOU 체결에 관한 허가신청서를 제출, 승인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디에스티로봇과 삼부토건은 양사 간 권리와 의무를 정하고 인수대금을 결정하는 등 계약조건을 협상하게 된다.
기간은 MOU 효력발생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며, 매각주간사가 지정해 통지하는 날로부터 정밀실사를 실시해 15영업일간 회계실사와 법률실사를 해야 한다. 이로써 삼부토건 인수작업은 이르면 내달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마감한 매각 본입찰에는 디에스티로봇 컨소시엄을 비롯해 대우산업개발 컨소, 삼라마이다스(SM)그룹이 참여했다. 13일 법원허가를 거쳐 디에스티로봇 컨소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산업개발 컨소는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디에스티로봇 컨소는 5개 업체로 구성돼 있다. 중국기업으로는 디신퉁컨소와 리드드래곤유한공사가, 국내에서는 디에스티로봇·대덕뉴비즈1호조합·무궁화신탁이 포함돼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디에스티로봇은 중국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제조업 및 서비스용 로봇 제작업체다. 1999년 설립된 이후 2010년 동부그룹이 인수했지만, 2015년 3월 다시 중국 휴대폰 유통업체인 디신퉁그룹이 사들였다. 당시 디신퉁은 사업다각화와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디에스티로봇을 인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1분기 말 기준 베이징링크선 테크놀로지가 디에스티로봇 지분 7.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디에스티로봇은 당초 입찰과정에서부터 경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고, 컨소에 속한 무궁화신탁 등 4곳은 투자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디에스티로봇은 건설사 M&A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만큼 의심의 눈초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컨소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대덕뉴비즈1호조합의 경우 확인이 어려운 곳으로 '먹튀'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베일 속에 가려진 이 조합은 투자조합으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에서 일반기업과 같은 현황을 알아볼 수 없다.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기타 국가기관에 공시할 의무도 없고, 법인등기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조합이 인수 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정보를 흘려 시세를 띄운 뒤 단기간에 지분을 매각하는 '먹튀사례'가 잦아 투자조합을 적합한 인수자로 보지 않는다.
무궁화신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디에스티컨소에 25%가량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찰 당시 경쟁사인 대우산업개발 컨소에 참여한 제이에스자산운용을 무궁화신탁이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근 제이에스자산운용의 지분 83%를 인수한 케이리츠앤파트너스 최대주주가 웰투시사모투자합자회사이며, 이 합자회사는 무궁화신탁이 대주주로 있다. 무궁화신탁은 디에스티로봇 컨소에 참여하고, 계열사를 통해 경쟁사인 대우산업개발 컨소에 들어간 '양다리'를 걸쳤던 셈이다.
무엇보다 디에스티로봇의 자금력이나 인수의지에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앞서 매각대금의 5%에 해당하는 이행보증금에 대해 납부연기 신청을 하면서다. 당시 디에스티로봇 컨소는 지난 20일까지 이행보증금을 치르고 MOU를 체결해야 했지만, 이행보증금 납부 연기를 신청해 일정이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컨소가 납부기한(27일)을 하루 앞두고 보증금을 내면서 매각작업이 다시 진행됐다.
이를 두고 경영목적이라던 디에스티로봇에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아졌다. 디에스티로봇 측에서 자금 부족이 아닌 다른 사유를 들어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업계에서는 디에스티로봇의 현금성 자산이 103억원에 불과하고 컨소 참여 주체의 자금여력을 확인할 수 없어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제2의 쌍용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중국 상하이 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투자는 등한시 한 채 기술만 빼간 대표적인 '먹튀'사건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조합이 경영보다는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린 뒤 차익만 거두고 회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계 기업도 대체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 '먹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1호 건설면허'로 잘 알려진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건설사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53위를 차지했다.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부실화로 자금난을 겪다가 2015년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두 차례 매각을 잇달아 실패했지만,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삼부오피스빌딩·골프장 타니CC 등 자산을 매각해 채권변제를 마무리 지으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2614억원으로 7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거두면서 2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