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기준 204만원 넘을듯… 침체 해운업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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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상 최대 인상 폭을 기록한 가운데 따로 책정하는 선원 최저임금은 그 이상 오를 것으로 보여 해운·수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한진해운이라는 국적선사를 잃은 해운업계는 해운경기 악화를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예상돼 어느 때보다 저항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운업계도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대선 공약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다. 설상가상 그동안 공익위원 역할을 해온 해양수산부는 문재인 정부 실세 장관이 부임해 최저임금 인상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18일 해수부와 한국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달부터 내년도 선원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선원노조단체와 사용자단체 간 협의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용자단체에는 선주협회와 해운조합, 수협중앙회 등이 참여한다.
노사 간 협의는 보통 12월 초까지 계속된다. 합의안 도출에 실패하면 해수부가 중재에 나선다. 합의안이 나오면 해수부 내 정책자문위원회 해운물류분과에서 찬반을 물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한다.
선원 최저임금은 연말까지 고시가 이뤄져야 한다. 자문과 관보 게재를 위한 행정절차를 고려할 때 12월22일까지는 정책자문위를 통과해야 한다.
올해 선원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 176만800원이다. 2012년 123만8000원, 2013년 131만9000원, 2014년 141만5000원, 2015년 151만8000원, 지난해 164만1000원으로 평균 7.15% 올랐다.
선원 최저임금은 힘든 작업 여건과 선상 생활, 구인난 등을 고려해 육상근로자 임금보다 1.2~1.3배쯤 높게 책정하기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내년 육상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다. 이는 지난해 선원 최저임금보다 6만7230원이 적은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도 육상근로자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껑충 뛰었다는 점이다. 인상금액은 1060원으로, 16.6%를 기록했던 2000년 9월~2001년 8월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선원 최저임금이 육상근로자보다 20~30% 많은 전통을 이어가려면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 204만9500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원 최저임금도 1만원 공약과 무관치 않고 힘든 작업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기존처럼 육상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을 요구할 게 뻔하다"며 "어려운 해운업계를 생각하면 인상 폭이 가늠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육상근로자 최저임금 인상률이 중요한 고려 요소인 건 맞다"며 "그동안 노사 간 견해차가 커 해수부가 중재자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한진해운 사태를 겪은 업계의 목소리도 만만찮을 전망이어서 벌써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사정이 어렵지만, 사실상 공익위원 역할을 하는 해수부로선 업계 형편을 봐주기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김영춘 의원이 해수부 장관이 된 만큼 정부 정책에 반하는 중재안을 내는 것도 모순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선원 최저임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박에 승선하는 한국인 선원 3만2500여명이 적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