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합병-경영권승계-승마지원' 의혹 관련 거침 없는 응수"부정한 청탁한 적 없었고, 경영권 승계도 생각하지 않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일이 이렇게까지 커져서 제가 이 자리에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

    지난 2일 피고인신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이다. 증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은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채 신문에 집중했다. 다만 자신의 처지가 처량한 듯 순간순간 긴 한숨을 내쉬며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후 4시 30분 시작한 신문은 자정을 30분 가량 앞두고 종료됐다. 이마저도 '다음 날 오전으로 넘기겠다'는 재판부의 요청에 따른 결과다. 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은 3시간에 달하는 특검 주신문과 2시간 정도의 변호인단 반대신문에 답했다.

    그는 약 800개 넘는 질문을 받았지만 '네' '아니오'라는 단답형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답변으로 응수했다.

    특히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추궁하는 특검을 향해서는 '독대에는 제가 있었습니다' '사실과 다른 주장입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적극적인 자세로 신문에 임했다. 그는 ▲미래전략실과의 관계 ▲삼성그룹을 대표해 대외활동에 나선 배경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입장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경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진행한 세 차례의 독대 내용 ▲정유라 승마지원 인지 여부 등에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독대 과정에서 야단을 맞았다는 상황을 설명할 때는 5분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길고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또 특검의 질문이 꼬일 때 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라며 여유있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신문은 공소사실 전반에 대한 확인으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가 사업현안 전반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물산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 특검이 주장하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경영권 승계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독대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 청탁을 한 적이 없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확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영 전반을 책임져 온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업현안을 보고하는 수직관계가 아니다' '전자와 전자계열사를 제외하면 지식이 부족해 공유를 받는 사이였다' '식사자리를 포함해 어떤 회의에서도 제가 상석에 앉아본 적이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가족경영이라는 외부 시각과 달리 철저한 경영권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과 관련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 반박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비인기종목에 대한 지원 요청을 받았을 뿐 정유라에 대한 직접 지원을 요청받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는데도 정유라를 직접 챙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스포츠단체와 관련해 두 번이나 회의를 했다. 삼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최 실장님께서 잘되고 있다고 하시는 상황에서 제가 뭘 더 할 수 있겠느냐' 등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정유라를 들어본 적도 없으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보고를 받지도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며 "정유라 승마지원이 이렇게 커질지 상상도 못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을거라곤 생각할 수 있었겠냐"고 한숨을 내뱉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신문은 3일 오전 마무리될 전망이다.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이 70% 이상 진행된 만큼 무리 없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오후 공판에는 그동안 다뤄진 쟁점을 최종적으로 다투는 '공방기일'이 진행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포함한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