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계열사의 모회사 상대 직접 교섭 요구 확대실질적인 지배권 행사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 핵심산업 경쟁력 후퇴 우려 … 노사 관계 재검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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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이 네이버 1784 사옥 앞에 내건 현수막에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리코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김성현 기자
[편집자 주] 정권 교체 1년,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노조'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합리적 대화와 상생의 가치가 사라진 자리에 하청 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 거대 노조의 도 넘은 성과급 투쟁, 그리고 물리력을 앞세운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있다. 본지는 <노조에 포획되는 나라> 긴급진단 시리즈를 통해 법치주의와 시장 경제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현주소를 짚고, 법치 확립의 시급성을 제언한다.노란봉투법 시행이 플랫폼과 게임 등 ICT 업계 전반의 사업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계열사 노조가 모회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하면서 기존 성장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27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 종료나 구조조정 등에 대해 자회사 노조가 모회사에 경영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가 노란봉투법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지난 3월 노조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카카오 노조는 자회사 디케이테크인의 고용불안을 규탄하며 모회사인 카카오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ICT업계에서 노란봉투법을 근거로 모회사 책임론을 제기한 첫 사례다. 디케이테크인은 지난해 11월 카카오 품질보증(QA) 업무계약 종료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바 있다.또한 카카오는 포털 '다음' 운영사 AXZ 매각을 둘러싼 노사 갈등에도 휩싸였다. 카카오 노조는 회사가 AXZ 지분을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고용승계 보장과 처우 유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약 1년 전 AXZ 설립 당시, 회사가 매각 목적이 아니라고 했던 약속을 어겼다는 주장이다.네이버는 계열사 6곳 노조가 지난해 8월부터 모회사와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본사와의 임금·복지 격차 해소와 통합 교섭 등을 외치고 있다.유사한 흐름은 타 플랫폼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NHN은 자회사 NHN에듀의 영업적자로 알림장 서비스 '아이엠스쿨' 종료와 더불어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직원 고용 안정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ICT 노조는 모회사가 계열사 구조를 활용해 법적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주장한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자회사 분사와 사내독립기업(CIC) 분리, 서비스 종료에 따른 전환배치 등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판단도 교섭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게임업계도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특성상 신작 흥행 실패와 개발 취소 시 팀 해체, 권고사직 등 고용불안 사례가 흔하다는 점에서다.퍼블리싱과 외주 협업 등 하청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부분도 원청에 대한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에도 콘텐츠 방향과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지배·결정권 행사 여부가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개발사 노조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판단으로 보면 원청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조에서 넥슨코리아에 교섭을 요구하며 갈등을 빚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임단협 교섭 결렬 이후 6월 게임업계 최초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후 5개월여만에 잠정 합의안 가결로 파업은 종료됐지만 모회사에 대한 교섭 요구와 그룹 내 노-노 갈등, 실질적인 경영 타격으로 이어지는 선례를 남겼다.게임사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부합하고 실패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프로젝트 중심 인력 운용과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넥슨과 엔씨, 넷마블, 크래프톤 등 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사들 대부분이 해당된다. 하청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라이브서비스 차질, 신작출시 지연 등 즉각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업계 관계자는 “유연한 노동 구조는 플랫폼을 비롯한 ICT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왔지만 높아진 노동권에 경영난이 가중되는 양상”이라며 “기업들은 노조 갈등을 비롯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증된 IP 중심 전략을 비롯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한편 노사 관계 전반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