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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의 ‘수수료 무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며 위탁매매 수수료를 통한 수익보다 고객의 예탁금 활용, 투자상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는 모습이다.
예탁금이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의 매입을 위해 증권 계좌에 맡긴 돈이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채 계좌에 있는 대기자금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이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 운용해 거둔 수익 중 일부는 자체 기준에 따른 비율만큼 ‘이용료율’로 고객에게 반환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의 예탁금 규모는 2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올초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며 예탁금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이자는 감소하며 증권사가 ‘챙길’ 수 있는 수익은 더 늘어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0.75%대 이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증권사들에게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에서 필요 경비를 뺀 나머지 금액은 투자자에게 돌려주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은 없어 이용료율도 각사가 자체적으로 책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탁금 운용수익은 최근 저금리 기조에 따라 다소 낮아졌으나 이용료율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탁금 수익율은 1.4% 가량으로 지난 2014년 2.5%대에 달하던 것에 비하면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객에게 이용료율을 지급하고도 약 0.7% 가량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기존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 수수료는 점차 무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모바일증권 어플리케이션 ‘나무’의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평생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도 비대면으로 주식 계좌를 개설하면 앞으로 8년간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혜택을 내걸었다.
이러한 수수료 면제는 대체로 온라인 ‘비대면 계좌’ 고객에 한해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만큼 전체 고객을 놓고 보면 여전히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기존 온라인 고객 혹은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해 주식을 거래할 경우 대부분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 증권사의 수익 중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로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경쟁이 보편화되면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신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이들에게 투자상품,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이용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각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는 대신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