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수수료 기준, BEP 기준 강화 등 PB 처우 대폭 손질 디지털 채널 강화 분위기 속 인센티브 구조 악화로 PB 상대적 박탈감 커져"메리트 사라진 메리츠증권"…활발했던 타사 PB 이직도 올스톱 분위기
  • '계약직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성지'.

    업계에서 메리츠증권의 자산관리(WM) 지점을 표현하는 말이다.

    일반적인 회사원이라면 계약직이라는 어감이 주는 부담이 있겠지만 증권사 지점 PB들에게 계약직이란 그만큼 고수익이 가능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있을 땐 고용 안정성이 담보되는 반면 PB 인센티브 비율이 대폭 낮아진다. 고객 관리 자산 규모가 많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능력 있는 PB들에겐 낮은 기본급에 높은 인센티브 비율인 계약직 전환이 훨씬 매력적이다. 

    그동안 메리츠증권은 선수급 PB들에겐 계약직 PB의 이직 천국으로 유명했다. 과거 최희문 대표이사 시절 연공서열이나 직위와 상관 없이 성과에 따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상한다는 취지로 파격적인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면서 타사 PB들은 줄줄이 메리츠증권으로 이동했다. 

    주식 선수들이 포진한 것으로 유명한 메리츠증권 강남금융센터8지점은 한화투자증권 출신들로 꾸려져 있을 정도다. 이 회사는 비교적 자유로운 조직 문화와 성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시스템을 내세우며 우수 인재를 흡수해왔다. 비용 구조가 높은 정규직 위주의 점포인 타사 대비 성과를 기반으로 한 우수 계약직 인력들로 구성된 게 메리츠증권 WM 분위기다. 

    그동안은 메리츠증권을 비롯해 유안타증권, KB증권 정도가 타사 대비 계약직 PB 인센티브 비율이 높아 최우선 고려군으로 꼽혀왔다. 이는 리테일 부문이 주력이 아닌 메리츠증권에 채권, 주식, 사모펀드 등 자신의 캐릭터가 뚜렷한 업력으로 입소문 탄 실력자들을 모여들게 했다. 

    최근엔 부쩍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능력파 계약직 PB들에게 더 이상 메리츠증권이 매력적으로 비춰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팍팍해진' 영업환경 탓이다.

    PB들은 브로커리지, 상품 판매, 주식 담보 대출, 신용이자 등을 통해 영업 수익을 창출한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전체 수익에서 대출 이자가 차지하는 수익이 일정 비율을 넘어가면 수수료 수익 책정 시 리스크프리미엄을 적용하기로 했다. 고객 주식담보 대출을 통한 수익 창출 시 회사에서 PB에게 인정해주던 수수료를 사실상 삭감하는 것이다. 이를 100% 인정하던 곳은 전 증권사 가운데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유일했지만 이제는 유안타증권이 유일하다.  

    영입 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주식담보대출 이자가 타사의 경우 5% 미만이라면 메리츠증권은 6%대 후반대인데다가, PB 몫을 떼어내서라도 이자를 낮출 수 있는 협의 자체도 잘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소위 큰손 고객이 많은 유능한 PB로서는 메리츠증권으로 이직 시 리스크가 상당히 커지는 셈이다. 

    영업점 PB들의 평가기준인 손익분기점(BEP) 기준도 하반기부터 팍팍해졌다. 과거엔 최소선이 없었지만 이제는 지급률 기준이 세분화되고 그 수치가 이전보다 타이트해졌다는 전언이다. 

    올해는 BEP 기준, 대출 수수료 비율을 건드렸지만 내년엔 온라인 수수료 수익도 손질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는 더욱 술렁이는 분위기다. 온라인 수수료 수익을 100% 인정, PB 입장에선 타사 대비 말 그대로 가져갈 것이 많았던 메리츠증권이었지만 이마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비용 통제도 강화되면서 최근 들어 그간 상대적으로 실적이 낮았던 PB들도 대거 재계약 없이 회사를 떠나는 중이다. 

    영업 환경이 팍팍해지고 있는 건 올해부터 회사가 전사 정책적으로 비용 절감에 고삐를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점은 물론 정규직 직원 대상 본사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메리츠증권 내부는 뒤숭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우 개편 외에도 본사의 리테일 운영 방향성으로 인해 지점 PB들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온다. 

    그간 기업금융(IB)에 주력했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부터 리테일 강화에 힘쓰면서 비대면전용 투자계좌 '슈퍼365'를 통해 디지털채널 고객 공략에 적극적이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유명 연예인인 배우 유인나를 신규 광고모델로 기용하기까지 했다. 최근엔 고액자산가 대상 패밀리오피스 전담조직인 프라이빗투자은행(PIB)센터를 신설했다.

    이같은 메리츠의 행보는 최근 온라인 브로커리지와 초고액자산가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증권업계 추세에서 크게 벗어난 방향은 아니다. 다만 이 간극 어딘가에 있는 일반 지점의 PB들은 정작 처우마저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져드는 것도 사실이다.

    타사 한 PB는 "메리츠증권의 영업 조건에 대한 변화는 선수들이 많은 강남 PB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불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메리츠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최선호 고려군이었다면, 이제는 선후배 PB들의 이직 시도도 당장 올스톱인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 한 PB는 "지점이 큰 돈과 작은 돈을 다 아울러서 운영하는 곳인데, 전반적인 정책들이 PB들에게 팍팍해지면서 다들 답답해하는 분위기"라면서 "계약직 PB에게 뚜렷했던 메리츠증권만의 메리트가 사라졌다. 배우 유인나를 전속모델로 한 광고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