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1단지, 적정 이사비 기준·형평성 논란"인근 시세 수준… 오히려 역차별 아니냐"
  • ▲ 반포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 반포주공1단지 전경. ⓒ연합뉴스


    "반포에 정착해 30여년을 살아 조합원이 됐지만, 막상 이주를 시작하려니 현금자산은 1억~2억원 정도고, 주변 전세시세는 평균 15억원 정도에요. 심지어 신규아파트는 훨씬 비싼데 이주하기 위한 이사지원이 없어져 정말 한스럽습니다. 다른 지역은 되는데 대한민국 중심인 반포만 왜 안되는지 묻고 싶을 정도에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21일 현대건설이 제안한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 이사비 수준에 대해 과도하다고 판단한 데 이어 23일 조합에서도 이사비 관련 조항을 삭제키로 해 조합원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합 측은 "이사비 제공이 서울시 재건축 표준지침에도 나와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금액은 문제가 된다'는 시정명령에 따라 이를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이주는 기존주택 감정가의 60%가량이 지급되는데, 현 시세가 아닌 감정가액으로 이주비를 판단하는 만큼 사업장 주변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조합원들 설명이다.

    KB국민은행 시세를 보면 반포주공 전용 138㎡(옛 42평) 거주자가 주변 지역으로 이사를 하려면 전세금이 최소 15억원이 필요하다. 반포1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46㎡ 전셋값은 평균 18억5000만원에 달하고, 고속버스터미널 주변에 위치한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148㎡ 역시 17억8500만원에 전세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업자들은 반포1단지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무렵에는 전셋값이 20억원(전용 146㎡ 기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작대교 건너 용산구도 상황은 마찬가지. '아스테리움 용산' 전용 155㎡ 전셋값은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동일한 주택형의 전셋집을 구하려면 10억원 안팎의 보증금을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반포1단지 조합원들은 아파트 재건축기간 동안 20~30년 살아온 반포지역이 아닌 거리가 먼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해야 할 형편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포1단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집수리 비용·부동산 수수료·포장이사비 2회·기타 부대비용 등 실질 이사비를 검토하면 평형별 3000만~5000만원 정도가 발생하는데, 이사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합편의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나 조합원들의 절반가량이 평균 74세 노년층인 만큼 확실한 이주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이주를 원활히 하기 위해 이사비를 제안하는 것인데, 관계당국에서 제재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공동사업시행방식 협약서에도 이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이사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합이 있다고 들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관계당국의 발표로 이사비 논란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지만, 합법적인 이사비의 적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GS건설 경우 지난해 말 부산 우동3구역에서 1000만원 이사비를 제안했고, 최근 롯데건설은 한신4차에서 2000만원, 잠실 미성·크로바에서 4000만원(이사비+이주촉진비)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우건설도 신반포15차 수주전에서 3000만원 등 조합원의 실질적 주거안정을 위해 이사비가 지원되고 있어 반포1단지의 이사비 제재와의 형평성 여부에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 반포1단지 일부 조합원들은 "서울의 인근 주택가격을 감안하면 절대 과한 수준이 아니"라며 "기존 타 지역에서도 이미 이사비를 제안했고, 인근 한신4지구나 잠실 미성·크로바도 제안하고 있는데 형평성의 문제와 관련업계로부터 타 지역과의 역차별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오는 27일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