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시장 발전을 위해 제일 중요한 건 세제 혜택이다. 유리하게 해 달라는 게 아니고 ‘기울어진 운동장’인 측면이 있다. 해외 상장 ETF에 비해 불리한 세제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ETF 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지난 28일 우리나라의 ETF 시장 발전 방법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7 글로벌 ETP 컨퍼런스’에서 윤 상무의 ETF에 대한 관점을 들어 봤다.
-ETF를 처음 시작하려는 투자자들이 주의깊게 봐아 할 포트폴리오 구성 항목은?
▲주식을 기준으로 거래했던 투자자들이라면 패턴으로 거래를 해왔을 것이다. 주식과 다른 점은 ETF는 일종의 펀드다. 펀드는 목표로 하는 투자 목적이 있는데 ETF의 경우 ‘지수’다.
ETF 상품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이 지수가 무엇인지가 중요한데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걸 알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ETF는 상품 이름에 가급적 그 내용이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200’이라면 ‘코스피 200’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미래에셋의 상품을 예로 들면 ‘타이거200IT’라는 상품이 있는데 이는 코스피200 중 IT 섹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밖에 ETF는 구성종목을 매일매일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종목에 몇 퍼센트씩 투자했는지, 현재 얼마를 기록하고 있는지, 거래가와 대비되는 추정되는 가치(NAV)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ETF의 장점이다.
-눈여겨보고 있는 유망 업종, 지역이 있는가.
▲예전에는 우리나라 ETF 시장의 특징이 코스피200이 오를 것 같다면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변화의 조짐이 있었고, 이제는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해 단순히 지수의 움직임이 아닌 업종(섹터) 전반에 투자하는 모습이 있다.
올해는 IT섹터의 ETF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 섹터도 올 들어 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금리가 내려서 은행이 좋아진다는 관측이 있으며 증권시장이 활황이라는 전망에 따라 관련 업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외 지역 관련해서는 예전에는 중국 시장에 주로 쏠려 있었다면 최근에는 선진시장 중 미국, 유럽으로 분산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한 시장의 대표지수, S&P500이나 유로스탁 등에 투자하는 형태였다면 최근에는 테마형, 섹터형 등으로 투자가 다변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발전 양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내세우면서 코스닥지수에 대한 긍정적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코스닥은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너무 높다. 정보가 불투명한 것도 단점이다.
그나마 재작년에 코스닥150 지수를 만들어 이에 연동되는 ETF 상품이 시리즈로 출시됐다. 코스닥 IT, 코스닥 BT(바이오) 등이 그 예다. 코스닥의 개별종목 위험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기관들도 관심이 늘고 있다.
-국내 ETF시장 발전을 위해서 당국에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건 세제 혜택이다. 유리하게 해달라는 측면이 아니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있다고 본다.
최근 해외투자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으면서 관련 ETF도 많은 투자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그런 투자자들의 자산 내역을 보면 국내상장된 해외형 ETF가 아닌 외국에 상장된 역외 ETF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개인 입장에서는 해외ETF가 훨씬 유리하다. 양도소득세도 수익 중 25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세제 혜택이 있다. 반면 국내 상장된 ETF는 비과세도 없고 여러 불리한 점이 많다.
금융투자사 입장에서도 선물 쪽에는 ‘시장 조성자(Market Maker)’라고 해서 시장에 호가를 제공하는 증권사에 거래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ETF 시장에서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LP(Liquidity Provider, 유동성공급자)에게는 그러한 혜택이 없다.
이 밖에 LP에 대한 인센티브, 외국인에게 시장 기여자 제도를 만들어주는 등의 정책적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과거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해외투자가 저조하던 당시 만들어진 법의 틀이 추후 저성장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로 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지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 계속 건의해 온 부분이다.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정책적으로 물꼬를 터 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인버스 ETF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원론적인 의미에서 이들은 ETF의 메인이 아니다.
ETF의 특징은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는데 레버리지, 인버스는 이러한 성격과는 조금 다르다.
그나마 과거 90%에 달했던 레버리지, 인버스 선호 현상은 최근 60% 수준으로 많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과반수를 넘고 있다.
이제는 좀 더 시각을 바꿔서 퇴직연금 등 장기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긴 안목의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퇴직연금으로 투자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증권사들도 IRP 등 퇴직연금을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지나치게 코스피200 위주로 쏠려 있다. 코스닥150, 산업별 섹터 등 다른 부문에도 눈을 돌렸으면 한다. 기관들 역시 개인투자자들처럼 역외ETF에 쏠려 있는데 국내 상장된 ETF도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국내상장 해외형 ETF도 관심을 가져 금융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평소 투자 철학은 무엇인지.
▲우리는 ‘패시브 상품’에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꾸준하게 기준을 가지고, 데이터에 근거해 계량적, 과학적 투자를 추구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패시브 상품의 속성과 일맥상통한다.
미래에셋의 대표 상품인 ‘타이거’는 내일 만약 내가 일을 그만두더라도 이 상품은 원래 정체성대로 운용될 것이다. 그것이 패시브 상품의 정체성이다. 시스템, 룰, 데이터 등을 체계화시켜 이를 기준으로 운용된다. 그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