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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베제강 품질조작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지만, 아직 아시아 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내 고베제강 철강재를 보이콧하거나 다른 제품 선적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서다. 아시아 철강시장 수급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고베제강이 향후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1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는 고베제강 사태가 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수급의 변화도 크지 않고 고베제강 철강재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업체들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고베제강 사태 이후 수요와 공급에 있어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고베제강이 이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모두가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고베제강이) 사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 사태가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아시아 철강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 말하는게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 진행에 대해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중국 등이 포함된 동북아시아권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신중하게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역내 철강 유통업자는 "지금까지 고베제강 철강재 입고를 거부했다거나 제품 판매가 중단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시장 분위기도 아직은 조용하다. 동남아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본차 제조업체에서 어떠한 피드백도 오지 않았다"며 "회원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철강사들 역시 관망하는 입장이다.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태가 국내 철강사들이 취급하지 않는 알루미늄, 구리 등 비철금속에 따른 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국내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어 일본 제품 전체 신뢰도로 확산되면, 국내 철강사들의 판매 증가에 일조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알루미늄, 구리 등 국내 업체들이 취급하지 않는 비철금속과 관련된 일이라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이번 일로 일본 제품 전체 신뢰도에 금이 간다면, 국내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베제강은 지난 8일 알루미늄 등 품질 데이터를 대량으로 조작해 강도 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출하했다고 시인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출하한 알루미늄 제품과 동(銅) 제품 일부로 각각 약 1만9300톤과 약 2200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