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TV, 스마트폰 넘어 최고 수준의 오디오 기술 확보 앞장영상 콘텐츠 급증… 고품질 음향 시장 '정조준'오디오 기술력 기반 제품 차별성만이 살길


글로벌 TV 시장을 제패한 삼성전자가 오디오 부문에서도 '1등 DNA'를 이식하고 있다. 미국에 삼성 사운드 기술력의 거점인 삼성전자 오디오랩을 통해 시장 선도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뛰어난 화질 기술로 소비자의 눈을 만족시킨 것에 이어 소비자의 귀까지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삼성전자 오디오랩.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 LA 인근 발렌시아(Valencia)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은 지난 2013년 말 총 9400평방피트(264평) 규모로 설립, 무반향실, 청음실 등 업계 최고의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 곳에는 4명의 오디오 분야 박사급 인력을 비롯해 오디오 엔지니어, 뮤지션 등 오디오 분야 전문가 1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을 넘을 정도로 업계 최고의 오디오 전문가 집단이다.

특히 이들은 모두 음악을 사랑하거나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과거 밴드 활동 등 이색적인 이력을 보유한 직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이런 열정이 글로벌 최고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으로 우뚝 선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앨런 디밴티(Allan Devantier) 삼성전자 오디오랩 상무는 "직원들은 모두 공부벌레가 아닌 음악가"라며 "당초 본사도 실리콘밸리에 지어지는 것을 논의했지만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심지인 이곳에 최종 설립했다"고 비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 ▲ 미국 LA 인근 발렌시아(Valencia)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 전경.ⓒ삼성전자
    ▲ 미국 LA 인근 발렌시아(Valencia)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 전경.ⓒ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오디오 시장에 눈을 돌린데 TV 대형화와 함께 영상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고품질의 음향을 즐기려는 트렌드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저장장치형 오디오 기기 보다는 스트리밍을 통해 사운드를 즐기며 오디오 기기 구매시 스피커의 음향 수준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기관 결과에서도 디스크 없이 사운드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2013년 23%에서 2017년 74%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TV에서도 오디오 역량이 제품의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잡는 추세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오디오랩을 본격 가동했으며 돋보이는 성과물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첫 결실은 지난 'CES 2015'에서 공개한 '무지향성 무선 360 오디오' 제품이다. 이 제품은 어떤 공간에 위치해도 360도 전방위 입체 음향을 구현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도 전용 앱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시켰다.
     
    또한 오디오랩은 오디오 기기 외에 TV의 음질 튜닝도 진행해 삼성전자가 TV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국 컨슈머리포트지의 음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Excellent) 평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특히 사운드바에서 이뤄낸 성과도 도드라진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슬림형 사운드바 신제품 'NW700'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두께를 기존보다 41% 수준으로 줄여 TV와 디자인 측면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저음을 내는 4개의 우퍼를 포함 총 7개의 스피커 유닛을 내장해 풍부한 사운드를 낸다.

    특히 오디오랩이 독자 개발한 '디스토션 캔슬링(Distortion Cancelling)' 알고리즘이 적용돼 스피커 유닛의 움직임을 실시간 예측해 사운드 왜곡을 줄이고 우퍼의 움직임을 조정해 웅장한 베이스음을 구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사운드바 시장은 지난해 31억9000만 달러에서 올해 35억1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2017년 23%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 삼성전자 오디오랩의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삼성전자
    ▲ 삼성전자 오디오랩의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삼성전자

  •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인수한 글로벌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하만은 마크레빈슨을 비롯해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JBL 등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를 갖고 있어 향후 하만의 오디오 기술력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앨런 디밴티 상무는 "오디오랩 기술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며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과 같이 오디오 사업에서도 선두업체로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