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에 인구유출 가속화… 거래량 '뚝'기간산업 위기… 거점도시 도미노 집값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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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군산시 전경. ⓒ연합뉴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지역 부동산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입주를 앞둔 단지의 분양권 거래는커녕 가계약금 포기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이어 한국GM 철수설로 지역기반 두 축이 붕괴된 만큼 부동산시장 회복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군산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단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공장폐쇄 발표 이후 분양권 거래 문의가 끊긴 것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입주가 완료될 지 확신이 안 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촌동 A공인 대표는 "매수인들이 가계약금 100만~200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며 "집을 산다고 하면 주변에서 다들 말리는 분위기다보니 계약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주계획이 없던 집주인들도 물건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매물만 쌓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가격 상승률도 2016년 2월 이후 2년째 하향세다. 특히 아파트 매매가는 2013년 3월 0.03% 이후 5년간 떨어지고 있다.
수송동 '수송 아이파크' 전용 120㎡ 경우 1년 전 매매가인 3억4300만원 보다 1800만원 떨어진 3억25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2008년 완공된 이 단지는 가격상승기던 2015년 10월 4억2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군산국가산업단지 인근 원룸촌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곳곳에 '임대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고, 두 집 건너 한 집은 문이 닫혀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으로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설이 돌면서 하청업체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올 초 한국GM이 공장 폐쇄를 발표하면서 일대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것이 지역 공인중개사 전언이다.
오식도동 B공인 관계자는 "부동산을 내놔도 오는 손님이 없다. 거래량도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대로변 원룸을 제외하고는 골목 안에 있는 원룸은 대부분 20~30% 정도만 세입자가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오는 5월 군산 공장을 폐쇄한다. 조선소 폐쇄 때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이 지역 관계자들 중론이다. 관련 종사자 수가 군산조선소보다 세 배가량 많기 때문이다.
실제 명예퇴직을 신청한 GM 직원 2000여명에 협력사 직원 1만2000여명까지 포함하면 총 1만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3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4만명이 넘는 인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이는 군산시 총인구 27만명의 15%에 가까운 수치다. 앞서 실적 부진으로 문을 닫은 군산조선소의 경우 사내외 생산직 근로자 5000여명이 실직한 바 있다.
군산 부동산시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가 상승률이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뜨거웠다. 새만금개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2011년부터는 신규 분양단지마다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2012년 말까지 이 지역 미분양 물량은 '제로(0)'였다. 분양권에는 수천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한국GM 등 조선·자동차 업황이 부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군산 아파트값은 2013년 이후 올해까지 6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만 20.0% 폭등했지만, 2012년 0.65%로 상승률이 줄어들더니 2013년부터는 매년 1~2%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도시 익산이 지난해에만 3.76% 상승하고, 전주가 1.89%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기준 군산시 인구는 27만여명으로, 5년 연속 감소세에 있다. 2012년 4분기 45명이 줄어든 데 이어 2016년 3분기부터는 매분기마다 400명을 웃도는 인구가 빠져나갔다. 특히 최근 1년간 2531명이 타 지역으로 유출됐다. 이는 순유출 인구가 2733명을 기록했던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한국GM 공장이 폐쇄되면 고용시장이 무너지면서 이 같은 인구유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룸·식당·편의점 등 지역 상권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불황을 맞게 되면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군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군산은 조선·자동차 등을 기반으로 하는 굴뚝 산업에 의존하다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역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전주나 익산처럼 산업 체질이 바뀌거나 새만금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분위기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군산뿐만 아니라 조선·중공업·자동차 등 기반산업이 무너지면서 지방 거점도시 집값 역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 한 거제와 울산, 창원 등에 최근 공급된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 평균은 1.23% 상승했다. 이 기간 울산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2.81%, 창원은 8.66% 하락했다. 거제는 무려 9.93% 떨어졌다. 업황 부진에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있는데다 2·3차 납품기업까지 무너지면서다. 같은 기간 수도권은 3.17%, 서울은 6.1% 오르면서 활기를 띠었다.
특히 경남 지역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5만7330가구 중 1만2088가구가 경남에서 발생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역시 1333가구로 집계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간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지방도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기반산업이 회복될 때까지 주택시장 분위기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