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업 상생 위해 금융지원 등 실질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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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조선업이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부활의 기지개를 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지원에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나면서 한껏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해운·조선업의 상생 방안을 놓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선박 발주를 통해 해운사들의 선대를 키우는 동시에 조선사들의 수주량도 확보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아쉽다는 입장이다.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고려한 노력이 보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5일 정부는 '제 15차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과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해운사에 3조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2020년까지 5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발주로 조선사를 지원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의 지원에 업계를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선박 발주를 시작하면 조선사 수주 물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돈을 풀고 선사들이 국내 조선사에 발주하는 큰 그림이 본격화 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일감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갑게도 조선업계의 수주량도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한국 누적 수주량은 26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ㆍ52척)로, 중국(196만CGTㆍ78척)과 일본(80만CGTㆍ25척)을 앞질렀다. 한국은 이 기간 세계 발주량(623만CGT) 가운데 42.2%를 따냈다. 

문제는 정부의 이번 계획을 통해 국내 해운·조선업이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다. 업계에서는 상생펀드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긴 했지만, 해운·조선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계획'을 통해 국내 조선사의 발주 여력을 확대한다고 공언했지만, 단지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등의 대책이 담겨져 있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화주(화물 주인)와 조선사가 펀드를 조성해 해운사가 발주할 신형 선박에 투자하는 '상생 펀드'도 현실성이 없다. 현재 자금이 풍부한 조선사도 없는데다 펀드에 투자해도 수익을 배당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경우도 국가 주도로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업체들에 선박 가격의 2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해운과 조선, 기자재업체를 연동한 해사 클러스터를 구축해 내부 수요를 우선적으로 모색함으로써 글로벌 변동성 확대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계획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범위 내에서 나왔기 때문에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며 "계획 자체가 두루뭉술해서 현재 시점에서는 조선업이나 해운업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수혜를 받을지 예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