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구속영장 청구CEO리스크 부각…은행권 긴장감 최고조
  • 한동안 잠잠했던 은행권에 또다시 태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채용비리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이 결국 최고경영자를 향해 칼끝을 겨누면서 은행권은 얼어붙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영학)는 전날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함영주 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함영주 행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달 1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 전담 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검찰이 현직 행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초유의 사태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은행권 채용비리 검찰 수사가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큰 이슈 없이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점쳐져 왔다.

    그동안 일부 은행에서 인사담당자와 부행장 등 실무진들이 구속됐지만 은행장이나 지주 회장들은 타격을 입지 않는 선에서 검찰 수사가 종료될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려 왔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며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CEO가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증거 확보에 초점을 맞췄는데, 관련자 증언이나 물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현직 CEO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검찰은 채용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현직 행장을 상대로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앞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이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도 채용비리로 인해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모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진행돼 경영 공백 등 후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함영주 행장이 현직을 유지하는 가운데 구속영장이 발부된 탓에 CEO 리스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함영주 행장은 오는 9월 KEB하나은행 통합 3주년을 앞두고 노사 간극을 조금씩 메워나가는 등 조직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은행 내부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은 모양새다.

    아울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채용비리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이번 검찰의 행보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다른 은행들도 최고경영자 교체, 직무해제 등 경영 공백 상황이 발생했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내부 조직을 다잡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 은행들은 글로벌 사업 확대나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늘리기 위한 인수합병(M&A) 등 굵직굵직한 경영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CEO리스크에 발목이 잡힌다면,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지면서 경쟁 은행에 뒤처질 수 있고 주가 하락 등 각종 악재가 겹칠 경우 경영 정상화를 꿰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KEB하나은행이 대형 암초를 만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