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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가 오는 7월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 시범 운영을 앞둔 가운데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이나 현대차, 한화 등 복합 금융그룹의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 처분 주장 역시 무리한 재벌개혁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제정안 토론회'에서는 금융그룹 내 비금융 자회사는 중장기적으로 계열분리 하도록 요구하거나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분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은 미래에셋이나 교보생명과 같은 은행이 없는 금융그룹과 삼성, 현대차, 한화, DB, 롯데처럼 금융자본과 비금융자본이 혼재된 금융그룹을 감독하기 위해 제정하려는 법이다.
개별 금융회사 차원을 넘어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전체를 통합해 자본 적정성 등을 감독한다.
금융그룹에 소속된 금융회사가 고객들의 재산을 계열사에 부당 지원하거나, 계열사 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중 삼성이나 현대차, 한화, 롯데처럼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이 혼재된 복합금융그룹의 경우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뒤섞여 있어 이를 구분하도록 회계 처리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분을 팔아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만약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은 매각해야 한다.
반면 이 법은 결국 금융회사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초점이지만, 초안을 보면 이를 어떻게 할 지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피감기관의 규모와 대상 선정, 자본적정성 등의 규제에서 각 나라별 기준의 필요한 부분만 떼어 짜깁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민세진 동국대학교 교수는 "자산이 5조원을 초과하는 기업을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으로 정했는데,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 국가에서 이 기준이 적정한지 의문"이라며 "캐피탈사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회사들을 포함하는 것도 과도하고, 특정 회사들을 선정하기 위해 기준을 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적 현실이라는 부분이 너무 강조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어 "해외 금융그룹 감독체계를 참고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서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며 "재벌개혁은 필요하지만 아무 칼이나 잡고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재벌개혁이라는 한국적 현실도 포함되지만,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두 가지 가치의 균형이 잡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에 대해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7개 금융그룹이 모두 통합 자본적정성 기준은 10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당면한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비은행권 금융 계열사가 있는 동종 금융그룹이나 은행을 모회사로 둔 금융그룹은 배제돼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금융그룹 금융사들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는 견해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어 해당 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6·13지방선거에서 압승해 주도권을 확보한 정부와 여당이 금융개혁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 금융 계열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법안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