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안팎서 우려… “현대차 합의에 부담 느껴”사측 "파업으로 일평균 83억원 생산차질 발생"
  •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울산조선소에서 인력감축에 반대하는 전면파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울산조선소에서 인력감축에 반대하는 전면파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최악의 경영위기에도 ‘나홀로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주요 기업 중 현대중공업만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전면파업을 진행 중이다. ▲19일 3시간 ▲20일 8시간 ▲23일 8시간 ▲24일 8시간 등 총 27시간이다.

    반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일 2010년 이후 8년 만에 하계휴가 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양측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임직임 등 악화되는 글로벌 환경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경영실적에 연계한 수준에서 올해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수준을 정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대차가 무파업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종료하면 4356억원 규모의 영업이익 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사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통분담’에 동참, 한발씩 양보해 실리를 챙긴 모습이다.

    때문에 현대중공업 노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차 노조를 ‘바로미터’로 삼고 있어서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실시하면 추후 현대중공업 노조도 따라나서는 식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가 무분규로 합의점을 찾아 가려고 하자, 여론 등의 눈총이 본인들에게 쏠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가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도 하계휴가 전 타협을 목표로 하지만, 회사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어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대립의 최대쟁점은 ‘인력감축’이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글로벌 불황으로 나타난 만성적인 일감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고정비 절감을 목표로 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다. 경영정상화 시점까지 노조에 ‘고통분담’에 나서줄 것을 호소한 것.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매출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등으로 매출액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지만, 지난해 2분기 1484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올해 임금협상을 조기종결하기 위해 지난 19일 제20차 교섭에서 노조에 해양 유휴인력에 대해 무급휴직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일감부족으로 촉발된 경영위기 이후 무급휴직을 노조에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파업으로 빚어진 생산차질 등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일평균 83억원의 매출손실과 공정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또 선주와 약속한 인도일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하루마다 10억원의 지체보상금도 내야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회사 측의 수정안을 노조는 거부했다. 무급휴직이 아닌 조선사업 부문에서 남는 일감을 해양플랜트 부문으로 넘겨 유휴인력을 최소화하고, 남는 인력은 유급휴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사실상 종결한 만큼 우리도 빠른 시점에 노조와 합의점을 찾기를 원한다”며 “양측이 하계휴가를 앞두고 협상종료를 원하고 있어, 파업 중이지만 노조와 지속적인 교섭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하계휴가는 오는 28일부터 시작된다. 이로 인해 조선업계는 사실상 하계휴가 전 노사가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