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최대 50% 상승, 운임 5% 넘게 하락…선사들 운항 감축 국내 해운업계, 아직까지 영향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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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운임과 고유가로 고전하고 있는 해운업계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해운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31일 해양수산개발원(KMI)은 월간동향 보고서를 통해 "관세전쟁은 해운산업 회복에 대한 희망을 종식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KMI는 이로 인해 최근 선사들이 순익 악화 경고를 내놓고 운항 감축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운사들은 유가 상승으로 연료비가 전년 대비 최대 50% 상승한 반면 선박 공급과잉에 따른 경쟁 심화로 운임은 5% 넘게 하락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까지 더해져 해운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차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간 컨테이너 무역 거래의 약 6%를 차지하는 엔진, 의료장비, 반도체 및 기타제품이 영향을 받게 됐다.
글로벌 선사들은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KMI에 따르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관세전쟁 초기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면 세계 무역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2M(머스크·MSC)은 지난달 태평양 항로 운항 서비스 일부를 취소하고 선박 6척을 감척했다. 세계 5위 해운업체인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지난 6월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컨테이너 선사들 뿐만 아니라 곡물과 원유를 운반하는 벌크와 탱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성화 KMI 해운해사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싱가포르의 한 중개인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 원유 수출의 25%를 수입하는 최대 고객이라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해운업계는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관련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준으로는 물동량 감소나 변동은 크게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심화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최근 세계 교역량(상품·서비스)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5.1%에서 4.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교역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운은 단일 시장이라 세계 시장이 안좋으면 국내도 영향을 미친다"며 "다른 해운사들이 중국에 기항하지 못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항만에도 서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해운업계가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국내 해운사들은 해외 물량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