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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출범한 드림택배가 결국 문을 닫는다. 동부, KGB, 옐로우캡 택배 등 중소 택배사 세 곳의 통합으로 출발한 드림택배는 경영난으로 8개월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회사 통합은 KG그룹이 각 사를 차례로 인수하며 주도했었다.
드림택배는 지난 8일 사내공지를 통해 택배 사업 중단을 알렸다. 관련 공지에서 최형규 대표는 “8일부터 택배부문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임직원들이 선택하는 방향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택배 시장 내 드림택배의 점유율은 5% 정도로 추산된다. 새 브랜드 출범 후에도 영업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신규 화주 확보가 사실상 어려웠다. 새 브랜드 홍보 등 각종 마케팅 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수백억대 부채로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동부, 옐로우 등 드림택배의 기반이 된 회사들은 오래전부터 경영난으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출범 당시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면서 “현 택배시장 구조에선 영세 업체가 대형 물류사 간 단가경쟁을 버텨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택배 시장은 상위 3개 업체가 약 8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CJ대한통운이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각각 10%대 중반대를 차지한다.
이들의 매출은 유통사,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기업 고객에서 나온다. 각 화주의 물량을 따내는 입찰 형식으로 계약을 진행해 단가 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형 업체의 경우 단가가 낮아도 물량이 많아 이익을 내지만, 영세 업체의 경우 물량이 적어 힘들다.
경쟁 입찰로 매년 떨어지는 택배 단가도 문제다. 실제로 B2C(기업-소비자 거래) 물량이 크게 늘어난 지난 몇 년간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1년 2500원대였던 택배 단가는 지난해 2200원대까지 떨어졌다. 택배 물동량이 매년 10%씩 늘어나 지난해 연 23억 상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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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하락은 CJ, 한진, 롯데 등 대형 물류사에게도 남 얘기가 아니다. 이들 업체도 저단가 문제로 택배 사업 이익률이 2~3%에 그친다. 대형 물류사의 경우 시설자동화 등으로 배송 과정에서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운임 현실화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
추후 국내 택배시장은 앞선 일본 사례와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B2C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일본도 앞서 단가 경쟁 등으로 중소 택배사의 자연적 구조조정을 거쳤다. 전체 시장이 성장해도 단가가 떨어져, 웬만한 규모가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구조가 형성된 탓이다. 일본의 경우 야마토, 사가와 등 주요 업체 두 곳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 위주의 B2C 택배 물량 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앞선 일본 사례를 따라가, 추후엔 주요 업체 몇 곳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중소 업체의 폐업 등은 시장 구조의 원리로 이해하더라도, 단가 하락과 같은 문제는 택배업 현안으로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