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노조 주관 토론회…종사자·당국 평가 극명히 엇갈려"시간 연장보다 시스템 개선" VS "제도 일관성 유지해야"노동시간 연장문제에 거래소 "종가정보 분배시간 단축 추진"
  • 증시 거래시간 30분 연장이 시행 2년 만에 무용론까지 제기되며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종사자와 투자자 모두 거래시간 30분 연장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제도 시행을 추진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원상복구에 신중한 입장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주관으로 열린 '증권 노동자 장시간 노동시간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거래시간 연장 효과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게 맞섰다.

    발표를 맡은 구기동 신구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거래시간 연장보다 거래 시스템 개선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투자자 편의와 글로벌 시장의 연계를 위해 마감 시간을 연장했지만 거래량이나 거래금액의 증가에 대한 실질 효과를 찾기 어렵다"며 "전체적인 경제 상황의 진전 등을 고려하면 거래 규모 성장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직전 24개월과 연장 이후 24개월간 월평균 거래량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주식수는 15.1% 증가했으나 월평균 거래량은 9.95% 감소하며 월평균 거래량을 상장 주식수로 나눈 상장거래비율이 21.9% 감소했다. 

    코스닥도 상장주식수가 31.7%, 월평균 거래량은 30% 증가한 반면 상장거래비율은 오히려 0.37% 감소했다. 

    구 교수는 "마감 시간 연장으로 시장 자율성에 혼란을 야기하면서 시스템 거래 및 차익거래 시간의 확대로 정보 획득에 취약한 일반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업무시간 과다 및 피로 누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증권거래는 거래시간의 길이보다는 시황(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거래시스템과 국내 시스템의 효율적 연계 구조에서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전 정권의 대표적 실패 정책으로 지목했다.

    특히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증권업계 전체가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거래시간 30분 연장으로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한국거래소 지부장도 거래시간 연장은 중국·아시아 증시와의 동조화를 위해 단행됐지만 효과 측면에서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거래시장 연장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의 월평균 시가총액 회전율은 오히려 줄었었다"며 "해외 사례에서도 증시 거래시간 연장은 매우 제한적이고 효과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거래시간을 단축하면 밀도 높은 시장 구현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 이후 중국시장과의 거래 중첩시간이 늘어 국내 투자자들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며 명확한 견해차를 보였다.

    또 거래시장 연장이 투자자 편의를 제고하고 글로벌 거래소로 성장하는 데에 발판을 마련한 의미있는 정책이기 때문에 원상 복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오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거래시간 연장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 투자자의 거래불편 해소, 증시 침체 돌파를 위한 모멘텀 형성이라는 배경 아래에 추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시간 연장 후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감소는 코스닥 활성화 및 상장지수펀드(ETF) 간접투자 확산에 따라 거래가 분산된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부득이 마감 시간 연장으로 시장 활성화를 추구한다면 유사한 지리적 위치와 금융구조를 갖춘 일본처럼 점심시간 제도를 부활하면서 업무의 안정성을 향상하거나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를 교란하는 공매도 제한과 파생상품 거래 규제로 주가 안정화를 추구하는 거래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향후 증권업계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업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종가 정보 분배시간을 최대 1시간 10분 단축하고 시가 단일가 시간 단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거래시간 원상복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과장은 "거래대금과 거래량 문제는 해당 기간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 자체가 전체적으로 다 줄어들었던 시기"라며 "여러 다양한 변수가 있어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시간과 관련해 근로시간이나 노동문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다만 증권사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 업무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는 등 효율화하는 것이 주식 거래시간 단축보다 좋다"고 강조했다.

    긴 호흡으로 최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며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경쟁력과 중장기적 증권시장 발전 관점에서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2년간 거래대금과 거래량 변화는 대외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분석으로 의미 부여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