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역대급 주주환원 … 韓 성과급 논란과 '딴판'삼전·하닉, 성과급 주주총회 '패싱' … "노조가 먼저"일개 재벌 총수에 '주주 자본주의' 국가체계 흔들려'소비자 보호' 이찬진 금감원장 '감감 무소식'노란봉투법 맞설 '제2의 이건희' 절실
-
- ▲ 지난 2024년 7월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연합
'삼성'의 이재용, 'SK'의 최태원, '엔비디아'의 젠슨황. 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가들이다.모두 AI 시대를 이끄는 첨병들이지만 주주를 대하는 방식은 180도 다르다.이달 20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80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배당금은 기존 주당 0.01달러에서 0.25달러로 무려 25배 늘렸다.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가 주주(株主)를 하늘처럼 모시는 모습은 자본주의가 뿌리 깊게 정착된 미국에선 당연한 풍경이다.주주에 대한 존중과 철저한 이익 공유는 미국 증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는 기본 전제가 된다.공교롭게도 엔비디아가 역대급 주주환원 발표를 한 시점에 한국에서는 성과급 논란이 불거졌다.주주총회라는 공식 의결 절차도 거치지 않고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고스란히 노조에게 떼어주기로 한 이번 사태는 한국 기업의 우선 순위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아니라 강성 노조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이번 '성과급 스노우볼'의 발단은 최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두고 이견이 있었을 당시 "어려울 때 격려하고 잘 될 때는 확실하게 보상해주자"라는 최 회장의 철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나눠주는 '전무후무'한 제도가 주주들의 동의 없이 오롯이 재벌 총수의 판단으로 통과된 것은 한국의 자본주의 체계가 얼마나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삼성전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바람을 제가 맞겠다"는 이 회장의 의미심장한 발언과 달리 노조 일부는 영업이익 10.5%를 가져갔고 주주단체는 '소송'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삼성전자 내부는 조직마다 천차만별 성과급에 분열됐고 "삼성 구성원 모두는 한몸"이라는 이 회장의 공언은 한 순간에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고졸 생산직들이 비메모리사업부 석박사 연구원보다 성과급을 더 많이 받는 상황. 사내 분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학벌이나 배경이 반드시 능력치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한 직장에서 같은 목표를 위해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주어진 과실이 서로 다르다면 뒤따르는 박탈감은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 총수는 최초로 영업이익 10% 성과급을 도입해 선례를 남김으로써 전국을 '한입만'을 외치는 노조판으로 변질시켜놨고 다른 총수는 국가 경제의 대들보인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내부적으로 분열시켜놨다.과거 한국 증시가 재벌 총수들의 '쪼개기 상장'에 발목이 잡혔다면 이젠 재벌 총수들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형국이다.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다. 취임부터 '소비자 보호'를 연신 외쳐온 이찬진 금감원장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주주가 '패싱' 당했음에도 별다른 입장이나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권에서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초법적 정책을 제안했을 때 정면으로 '비바람'을 맞섰다.그는 초과이익공유제를 두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직언했다.지금 거대 노조의 압박과 '노란봉투법'이라는 정치적 파고 앞에서 한국 주주들에게 필요한 것은, 주주 자본주의의 본질을 잊지 않고 당당하게 'NO'라고 외칠수 있는 '제2의 이건희'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