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업체 1위 '하림'에 이른바 생계농가 닭값 '꼼수'와 관련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하림이 내놓은 보도자료의 색은 조금 달랐다. 하림이 설명한 공정위 조사결과 발표는 "사실상 무혐의 처분"이 골자였다.
공정위는 19일 하림이 상대평가 방식의 한 부분인 생계매입 대금 산정과정에서 변상농가와 재해농가를 제외해 가격을 낮게 산정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했다. 다만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대량 살처분 때 하림이 벌였던 병아리 외상 가격 인상은 불공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조사결과를 두고 하림은 즉각 입장 보도자료를 냈다. 하림은 공정위가 AI 보상금 편취 의혹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해가 완전히 불식된 만큼 앞으로 농가상생 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닭고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더욱 매진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해가 완전히 불식됐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건의 경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림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이어 하림은 “생계매입 대금 산정과정에서 변상농가와 재해농가가 평가 모집단에서 제외된 것은 업계의 관행 및 농가의 합의에 따라 제외하였을 뿐 ‘꼼수’나 ‘갑질’이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이같은 처분이 나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AI 보상금 편취 의혹 무혐의에 대해서는 '오해가 완전히 불식된' 판단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내려진 판단은 납득하지 않는 다소 이중적인 행태다.
하림은 거듭, 공정위의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뜻을 강조했다. 상생 경영 실적까지 내놓으며 무리수를 뒀다.
하림은 "농가와 동반 상생 경영을 실천해온 계약 사육농가의 연평균 사육경비 소득이 1억9100만원으로 (2017년 육계 3회전이상 사육농가) 2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이같은 농가소득은 2000년(연평균 5000만원) 3.8배 증가한 것"이라며 "하림은 농촌지역에 6000여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만들고 임금 및 세금 등을 통해 연간 3000억원을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색을 냈다.
하림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림 계약농가 가운데 최근 10년 간 경영에 실패한 농가가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농가와의 상생경영을 실증해 주는 회사의 긍지이며 영예”라며 “하림은 국내 육계 계열화사업자 중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모범적이며, 농가수익이나 육계산업 발전에도 가장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1등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하림이 어떻게 농가를 상대로 꼼수를 부릴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전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멍에가 씌워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1등기업은 잘못을 할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한 논리다.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언제나 옳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억지를 부리는 모습은 소비자들의 실망만 키울 뿐이다.
하림은 상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입맛에 맞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시정해 나가야 하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