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50억 증액 6~7척 추가 감척 추진… 교착상태 어업협상 활로 모색일본 내년까지 40척 감척 합의하고 어깃장… 국제협상 나쁜 선례 남을 수 있어다음 달 5일까지 근해어선 감척신청 접수… 어민들 반응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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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해수부에 따르면 다음 달 5일까지 어선 감척 희망 대상자 신청을 받는다. 한일 어업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일본 EEZ에 입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이 대상이다. 업종은 일본 EEZ 어업 허가가 있는 근해어업 중 선망, 연승, 대형트롤, 대형·중형기선저인망, 채낚기, 봉수망 등이다.
해수부는 이번 신청 대상자를 현재 수립 중인 제2차 연근해어업구조개선(2019~2023) 기본계획과 내년도 근해어선 감척 시행계획에 추가로 반영해 내년 감척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청 어업인에게는 척당 평균 10억원의 폐업지원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척 신청 접수를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어업협상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수산자원량 감소와 우리 어선의 조업 위반을 이유로 자국 EEZ에 입어하는 우리 연승어선의 척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현재 206척에서 35% 수준인 73척 규모로 줄이라는 것이다. 이번 감척 신청 접수는 일본에 우리의 자발적인 어선 추가 감척 모습을 보여주고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읽힌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신청 접수가 일본의 어선 감척 요구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면서 "후속 조치는 맞다. 다만 감척 목표치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내년 폐업지원금으로 243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 193억보다 50억원 증액했다. 평균 지원금을 고려하면 내년에 6~7척의 어선을 추가로 감척하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일본의 억지에 우리 정부가 장단을 맞추는 셈이 된다는 점이다.
한일 양국은 2015년 1월 열린 제16차 한일 어업공동위원회에서 내년까지 우리 연승어선을 총 40척 줄이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요구는 양국 간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어깃장을 부리는 것이다.
대체어장 확보 불발 등 그동안 협상력에 한계를 드러낸 해수부가 결국 일본의 억지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양국 간 협상에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민들은 이번 감척 신청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5개 업종의 어업인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감척 관련 추진절차를 설명했는데 거의 신청을 희망하지 않았다"며 "어업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일본 EEZ에 입어할 수 있으므로 어렵더라도 배를 줄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접수를 마감해도 신청이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