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IT 컨퍼런스' 개최…각계 전문가 대응전략 논의"물적·인적 추진 동력 확보가 우선…금융사 CDO 역할도 중요"
  • ▲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30일 서울 역삼동 소재 한은 강남본부에서 열린 '금융IT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30일 서울 역삼동 소재 한은 강남본부에서 열린 '금융IT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금융권에 IT와 융합된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 하는 가운데 디지털금융이 당면한 현 과제와 대응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은행은 30일 서울 역삼동 소재 강남본부에서 '2018년 금융IT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 주제는 디지털 혁신 시대의 금융부문 정보화 전략이다.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환영사를 통해 "금융산업에서 일어나는 혁신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IT가 자리 잡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경쟁력 확보와 성공은 금융IT에서 새로운 혁신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물적·인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데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경우 현재 한은금융망과 회계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자로 LG CNS를 선정해 내달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분산원장기술 기반의 은행 간 자금이체시스템에 대한 모의테스트를 했으며, 향후 소액결제시스템 적용 가능성도 테스트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를 전담할 조직도 신설했다. 데이터 입수, 가공, 저장 및 활용 과정을 IT와 접목해 조직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갈 방안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신 부총재보는 "금융과 IT 접목이 가속화 하는 동시에 금융회사가 고민해야 할 분야도 더 많아질 것"이라며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예산 중 IT예산의 비중은 2015년 8.2%에서 2016년 8.4%, 2017년 8.5%로 증가 속도가 기술발전보다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워 투자가 쉽지 않다"며 "어떤 기술을 택할지 결정하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특히 기술발전 속도보다 조직 내외부의 제도나 인식의 변화가 늦게 이뤄지는 것도 의사결정 주체가 겪는 애로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로 나선 함유근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권의 디지털금융 최고책임자(CDO)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권 빅데이터는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잠재적 가치를 갖고 있고, 다른 나라보다 데이터가 금융권에 집중돼 있다"며 "정형 데이터의 비중이 크고 비정형 데이터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빅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은행은 규제 장벽이 높고 틈새 공격을 많이 받는다"며 "비즈니스 중심의 빅데이터 인력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함 교수에 따르면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등 많은 은행들이 CDO를 도입하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주회장 직속으로 CDO가 있다. 이는 CEO가 데이터를 통한 금융IT에 강 드라이브를 건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지난해부터 속속 CDO를 도입했지만 명확한 전략적 역할이 확립돼 있지 않은 상태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활용에 집중은 하지만 전사적인 협력에는 내외부적인 요인으로 원활한 체계가 쉽지 않다"며 "데이터 활용 정도와 CEO 관심에 따라 CDO 위치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로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금융서비스 혁신을 위해 ▲고객 경험 ▲디지털 마케팅 ▲오픈 API 플랫폼 등 세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모델 혁신과 업무 효율성 및 고객중심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디지털 운영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며 "디지털업무 역량과 협업 생태계 확보도 필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 퍼지고 있는 애자일(Agile)조직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애자일은 부서 경계를 허물고 업무에 맞춰 유연하고 다양한 시도를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소규모 그룹이다.

    금융회사 대표로 참석한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KB의 IT 정보화 전략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기존 은행과 다른 차세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며 "전산시스템을 한번에 교체하는 '빅뱅' 방식이 아닌 신속한 디지털 신기술 적용과 코어뱅킹의 안정성 개선을 균형 있게 하기 위한 Two-Speed IT 전략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사업인 더 케이(The K) 프로젝트는 '기반→핵심→고도화' 3단계로 추진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오는 2020년 추석 연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은 고객, 경쟁자, 기술, 규제 측면에서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이 다양한 서비스를 좋은 가격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