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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인의 날' 이벤트 경품ⓒ농업인의 날 페이스북 캡처
오는 11일은 제23회 '농업인의 날' 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관련 행사가 열린다. 9, 10일 이틀간 세종시에 마련됐다. 하지만 행사의 주인격인 농업인들의 반응은 유난히 싸늘하다.
연례행사건만 유독 올들어 농업인들의 심기가 불편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농민들 사이에선 '이번 정부는 농업에 대해 딱히 뭘 하는 것도 없고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발생한 가뭄‧냉해‧폭염‧태풍 등 자연 재해 '패키지'가 떠안긴 과수‧채소 농사 피해의 억울함은 어디다 호소할 길도 없다는 하소연이 많다.
쌀 농사와 축산 농가들도 속이 쓰리긴 마찬가지다. 8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18년산부터 적용되는 쌀 목표 가격을 80kg 당 19만 6000원으로 올리는 데 합의했으나, 애초 농민들은 '쌀값이 20년 전 수준이니 이번 목표 가격을 최소 20만원 이상으로 올리라'고 요구한 상태여서 성에 안 찬다는 반응이다.
이미 정부는 이달 초에도, 올해 쌀값이 오르자 묵은 쌀을 풀어 쌀값을 잡겠다고 발표해 쌀 농민들 속을 뒤집어 놓은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쌀값 상승으로 힘겨운)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공공비축미 1만t을 시장에 풀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수확기(10~12월) 공공 비축미 공급은 유례 없는 일'이라며 당장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 궐기를 선포한 상태다.
축산 농가들도 우울하다. 지난 1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소위 '김영란법')' 개정으로 공직자 등의 선물 상한액이 기존의 일률적 5만원에서 '농수축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조정, 축산 소비 회복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수입 쇠고기‧돼지고기의 점유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17만t이 수입되며 호주산을 젖히고 외국산 중 점유율(49%) 1위에 올랐다.
한 축산단체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한우가 여전히 수입 쇠고기보다 비싸고 경기 침체가 지속돼 소비자들의 수입 쇠고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축산업계에선 올해 쇠고기 자급률 38% 선이 무너지고, 돼지고기 자급률도 종전 70%에서 올해 6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를 한들 농업인들에게 감흥이 있을 리 없다. 행사 내용 중에는 트로트 가수 공연이나 '곡괭이로 골프 체험' 등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과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도 많다.
심지어 농식품부가 관리하는 '농업인의 날' 페이스북에는 진정성 마저 의심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맞힌 사람 83명에게 경품으로 모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입 쇠고기 스테이크, 커피, 팝콘과 영화 관람권 등을 내걸었다.
농업인을 위한다는 날에 차라리 우리쌀 가공식품이나 농촌사랑 상품권을 주는 게 모양새는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