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자 15조-매출 5조-인건비 2.6조SR 통합-역피라미드 구조-호봉승진 인건비 증가 기하급수
  •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
    ▲ 코레일 사옥.ⓒ뉴데일리DB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인건비를 감당하려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실정인데도 수서발 고속철(SRT)을 운영하는 ㈜에스알(SR)과의 통합을 기정사실로 하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앞선 정권에서 공기업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군살을 뺐던 조직 규모를 문재인 정부 들어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의견이다.

    20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5일 노사가 2018년도 임금협약을 타결했다. 기본급 2.6%(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정원 3064명 증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노조의 요구가 전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은 올해 증원이 이뤄진 9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2100여명이 내년에 반영된다. 코레일은 올 상반기 100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신입사원 1000명을 공개 채용했다. 공사 창립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코레일의 덩치는 11월 현재 2만9600여명에서 3만1800여명으로 많이 늘어나게 된다. 철도청에서 공사로 분리할 당시 수준으로 회복되는 셈이다.

    일각에선 코레일과 철도노조의 몸집 키우기가 코레일의 경영에 잠재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당장은 부족한 인건비 문제를 직원의 초과근로 억제 등의 자구노력으로 해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임금교섭 때마다 정원을 초과하는 현원의 인건비 부족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앞선 정부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추진했다. 코레일의 경우 2009년 5115명의 정원 감축안을 확정했다. 당시 정원 3만2092명의 15.9%에 해당한다.

    당시 3년간 영업수익 증가율은 1.4%에 그친 반면 비용 증가율은 3.7%에 달해 영업수지가 악화하는 추세였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 없이는 영업수지 개선이 요원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레일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자연 퇴직 등을 통해 초과 현원을 해결하기로 했었다.
  • ▲ 임금협약 체결식.ⓒ코레일
    ▲ 임금협약 체결식.ⓒ코레일
    문제는 코레일의 인력 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 급여 체계는 호봉제여서 승진과 무관하게 36호봉까지 매년 고액 연봉자를 낳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 재정 당국은 2013년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책정기준을 직급별 현원에서 정원으로 바꾸었다.

    감사원은 2014년 공공기관 경영관리·감독실태 감사에서 "코레일이 초과 현원 상태에서도 자동근속승진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고, 조직과 인사운영이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동근속승진제가 계속되면 3급 초과 현원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까지 인건비 추가 발생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현재 자체 수익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코레일이 밝힌 매출 규모는 5조572억원쯤이다.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인건비는 2조6160억원쯤이다.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1%를 넘는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8조598억원, 인건비는 퇴직급여와 성과급,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해 4259억원쯤이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5.3%에 불과하다.

    철도전문가는 "애초 공사로 전환할 때 (떠안은) 인력 규모가 작지 않았다"면서 "다만 철도 일이란 게 인력이 중요한 측면이 있어 프랑스 철도공사(SNCF)도 40%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 인건비 비중은 유별나게 높은 편"이라며 "철도 독점체계에서 몸집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 ▲ KTX산천.ⓒ연합뉴스
    ▲ KTX산천.ⓒ연합뉴스
    철도업계에선 코레일이 인건비를 감당하려고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은 매년 차환 등을 이유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으나 적잖은 부분이 인건비를 충당하는 데 쓰일 수밖에 없다"면서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매출액에서 인건비와 선로사용료 포함 각종 고정비용, 금융이자 등을 뺐을 때 모자라는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자보상비율이 최소 1은 돼야 자체 수익으로 이자를 갚는 수준이 되는데 코레일은 마이너스(-)"라며 "지난해 코레일 금융비용만 3880억원 수준으로, 지금껏 이 정도의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최근에는 코레일이 저금리 덕을 봤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면 금융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더 벅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철도전문가는 "현재 코레일에 고령자가 꽤 있어 앞으로 4~5년 내 퇴사가 이뤄지면 고액연봉자가 많이 줄 수 있다"면서도 "그만큼 신규 채용 규모가 느는 데다 (현 정부의 임무를 받은) 오영식 사장이 무리해서 뽑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은 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코레일의 누적적자액은 15조원 규모다. 지난해는 광역철도와 화물운송 부문의 경영 부실로 4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오 사장과 철도노조가 사실상 SR과의 통합을 전제로 코레일 몸집 불리기에 보조를 맞춘다는 의견도 있다. SR과의 통합으로 적자를 손쉽게 모면할 수 있다고 보고 철밥통 지키기에 나섰다는 견해다. 오 사장 개인으로서도 다가오는 총선을 대비해 노사 관계 개선 등을 치적으로 내세울 수 있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