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美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미중 무역분쟁 '촉각'"반도체 경기 급락할 경우 한국경제 3~5년 후 우려"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내년 거시경제 흐름이 크게 악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경제 성장경로에 여러 가지 대외리스크가 잠재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내년에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외리스크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를 꼽았다.

    그는 "무역분쟁의 한층 불확실한 상황과 함께 미국 경제가 꺾이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 통화정책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와 실물경제 대외의존도가 높으므로 대비해야 한다"며 "무역분쟁도 예상보다 더 심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위험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대외리스크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투자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점을 보면 대외리스크는 국내수요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2.7% 성장률 전망치가 내년에 어느 경로로 갈지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로서 크게 바뀐 것 없다"고 전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성장동력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으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이 끝난 다음 3~5년 후의 우리나라 경제에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세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 산업육성을 위한 혁신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선도산업 육성의 필요성은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규제 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들의 이해 상충,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막혀 성과가 미진하다"며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나 부문 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 육성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의 양쪽 리스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물가상승률은 내년 전체로 보면 목표 수준 2%에는 못 미치지만, 1% 중·후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금융안정 쪽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낮아졌지만 워낙 높은 수준에서의 증가율 하락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대외 쇼크가 발생했을 때 충격 흡수력, 복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며 "내년 통화정책 목표는 어느 한 측면에 미리 초점을 맞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불균형 확대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 총재는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는 우리 경제가 이번 금리 인상의 영향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불균형을 축소하는 것은 그 성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고 계측하기도 쉽지 않으며,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통상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면서도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