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아시아 등 올 글로벌 영토확장 정조준… 이연 프로젝트 관심 집중신시장·신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반 수주활동 신뢰도 회복 긍정적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본사. ⓒ현대건설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건설 본사. ⓒ현대건설
    '업계 맏형'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흔들리고 있다. 해외사업 부진 지속으로 지난해 '어닝쇼크'를 맞은 가운데 곳간도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향후 외형 축소 불안감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출 감소가 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해외수주 실적 역시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는 수주 확정이 이연된 해외 프로젝트들의 1분기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수주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6조7308억원, 영업이익 8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0.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4.8% 줄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UAE 미르파 담수 복합화력발전소 공사, 싱가포르 소각로 공사 완공 및 UAE 사브 해상원유처리시설 공사 등 해외 대형공사가 공정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발생한 영업이익 악화 흐름이 1년 내내 이어진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1분기 마이너스(-)4.44% △2분기 -17.1% △3분기 -15.3% △4분기 -16.4% 등 매분기 악화일로를 걸었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4분기 영업이익은 2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추가비용이 또 다시 발생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예상대로 쿠웨이트, UAE 등 준공 시점의 해외현장 2곳에서 추가 공사비용 800억원이 발생하면서 4분기 부진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현대건설의 지난해 실적은 경쟁 건설사와 비교하면 매우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3분기에만 8423억원을 누적한 GS건설도 연간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우건설도 6287억원으로 전년보다 46.6% 증가했으며 대림산업은 56.1% 증가한 851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윤호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별도 기준 해외 부문 수익성은 여전히 낮으며 일회성 비용도 꾸준히 발생하는 등 잔고의 퀄리티가 타사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실상 실적의 버팀목이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원가율이 낮은 CIS 국가의 공사 현장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이후에도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해외를 중심으로 곳간이 급격히 비어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현대건설 IR자료를 보면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포함된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 수주잔액은 55조8060억원으로, 전년 66조7580억원에 비해 16.4% 감소했다. 국내 잔액은 7.52% 증가했지만 해외 잔액은 35조9334억원에서 22조6621억원으로, 36.9% 증발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사업 부진 여파를 '맏형'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부터 최근 4년간 현대건설의 평균 해외수주 목표 달성률은 52.7%에 불과하다. 2015년 목표액 19조원 중 절반도 못 미치는 9조9050억원을 달성한 이후 ▲2016년 16조4170억원 ▲2017년 13조3720억원 ▲2018년 12조2930억원 등 매년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에도 달성률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같은 전례를 미루어 볼 때 올해도 해외 수주목표액으로 설정한 13조1000억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현대건설 별도 목표액만 7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6000억원 규모의 이란 석유 정제시설 공사가 대외여건 악화로 금융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취소되는 등 장기 미착공 현장들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19조원을 돌파했던 매출도 지속 감소하면서 지난해 16조7308억원에 머물렀다. 3년새 2조5023억원 축소된 것으로, 연 평균 8000억원 이상 감소한 셈이다. 이 기간 해외매출 비중은 61.1%에서 40.6%로 급감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 이연된 프로젝트들의 수주가 가시화될 전망인 만큼 수주 성장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김치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수주 예정이었던 이라크 석유·가스전 유정 물 공급시설(26억달러)과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7억달러)가 지연됐지만, 경영진은 해당 프로젝트를 1분기에 수주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이같은 수주는 금액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신뢰도 회복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련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사실상 확정된 수주 풀을 감안하면 신규 수주의 가시성이 높다"며 "산유국의 우호적 재정을 바탕으로 송변전·병원 등 현대건설의 강점 공종에서의 발주 모멘텀이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해외 수주 기대감을 가져가도 좋다"고 진단했다.

    현대건설 측은 "중동 및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가스·복합화력·해양항만·송변전 등 경쟁력 우위 공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신시장·신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주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