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수주 관행으로 출혈경쟁, 선가 떨어져 유럽 선사만 배불려초대형 조선사 탄생시 제값 받으며 출혈경쟁 없어질 것으로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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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을 예고하자 경쟁국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재미를 봐 왔던 유럽 선사들이 이번 합병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품게 될 경우, 가장 큰 손해가 예상되는 곳은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 해운업계로 예상된다. 

    그동안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수주경쟁으로 가장 이득을 보던 곳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조선가를 떨어뜨린 저가수주 관행을 지속해 왔다. 국내 업체간 '제살 깎이' 출혈경쟁으로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조선 3사가 다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즐긴 건 세계 해운업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 선사들이다. 좀 더 낮은 선가를 선호하던 이들에게 업체 간 경쟁으로 선가가 떨어진 한국은 최적의 발주처였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빅3'에서 '빅2'로 바뀌면 이는 불가능해진다. 선박 수주 경쟁이 완화되면서 선가와 엔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 수익성도 좋아질 전망이다.

    업계 관게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몸집은 큰데, 수요가 없어서 어떻게든 수주를 받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되면 이 상황을 이용했던 유럽 해운업계가 가장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 선사들의 다음 행보에 있다. 유럽 해운업계는 그동안 조선 강국인 한국을 끊임없이 견제해 왔다. 최근에는 일본이 정부의 조선·해운 지원 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제소하자 여기에 동참을 검토 중이다. 

    호시탐탐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일본과 중국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해운 전문지 역시 이번 합병으로 일본과 중국이 분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일본 조선업계는 합병으로 세계 최대 조선소가 탄생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해 일본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경쟁국 선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억지스러운 주장이라고 보고 있다. 과당경쟁으로 지속해오던 비정상적인 저가수주 관행을 오히려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경쟁국들이 반독점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세계 1~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되면 세계시장 점유율 21%를 차지하는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한다.

    업계 관게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며 "과당경쟁이 없어지고 선가가 올라가면서 글로벌 조선업체로서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