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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26년간 신약개발에 매진해온 결실을 맺게 됐다.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유럽에 기술수출하면서 올해 안에 의약품 선진시장인 유럽과 미국으로 동시 진출까지 가능해졌다.
SK바이오팜은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이하 아벨)와 5억 3000만 달러(한화 약 6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1억 달러에 이른다.
통상 제약업계 기술수출 계약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세노바메이트가 개발을 완료하고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개발 중단 등의 위험요소가 거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아벨사는 세노바메이트 개발을 위해 SK바이오팜이 보유한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유럽의약청(EM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을 제출할 계획이다. EMA 시판 허가가 이뤄지면 세노바메이트는 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32개국에 판매된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세노바메이트가 주목하던 시장이 미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유럽 시장을 개척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해당한다는 점을 활용해 단순 역산한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라이선스 가치는 4조 5000억원 규모"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판매 허가 신청서(NDA) 심사가 시작돼 오는 11월 21일 최종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기술수출 없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FDA 허가 신청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해왔다. FDA의 시판 허가를 획득한다면 미국 상업화 과정도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수행할 계획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억 달러(약 6조 8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에는 70억 달러(약 7조 8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두품목인 UCB의 '빔팻'은 출시 이후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연간 약 1조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유럽에서 현지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장진출, 미국에서는 독자진출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게 된다.
이를 통해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SK바이오팜의 이같은 성과는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부터 SK그룹의 차세대 신성장 동력사업의 일환으로 혁신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2011년 4월 SK(주)의 '라이프 사이언스사업 부문'이 물적분할되면서 출범했다.
모회사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바이오·제약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신약개발,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 제약사(FIPCO·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 투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수확의 과정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인 매출 발생도 기대된다"며 "장기간 이어진 적자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로의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