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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3형제'가 시장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그간 기대됐던 1조 매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이 공개되면서 증권가에서는 목표가를 줄줄이 낮췄지만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다. 지난해 예상됐던 악재 반영이 마무리됐다는 시각이 우세한 셈이다.
◆ 셀트리온, 연매출 '1조클럽' 문턱에서 고배… 영업익 33.3% 급감
26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3386억 9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3.3% 급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820억 7500만원으로 제약업계 연매출 1조클럽 입성에 실패했다. 전년에 이어 최대 매출을 재경신했지만, 올해에는 1조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됐던 만큼 아쉬운 성적이다.
다만, 매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점은 긍정적이다. 그간 셀트리온의 매출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비중이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위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로 분산되면서 보다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셀트리온 매출액이 1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내 유럽 허가가 기대되는 램시마의 피하주사제형 '램시마 SC'에 거는 기대도 크다. 셀트리온의 올해 목표 매출 구성은 램시마 SC 30%, 트룩시마 30%, 허쥬마 10%, 기타 30%로 계획돼 있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에는 ▲지난해 송도 1공장 증설로 인한 비용 발생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약금액 조정 ▲1공장 증설 대비 추가 인력 확충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셀트리온은 기존 1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 5만 리터에서 10만 리터로 확대하기 위해 증설 공사를 진행했다. 해당 증설 공사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1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1공장 가동 재개에 따라 올해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셀트리온 1공장은 이달 초부터 기존 5만 리터의 설비 생산을 재개했으며, 추가 증설 중인 5만 리터 설비도 이르면 올 하반기에 상업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1공장 증설로 인한 비용 발생은 일시적"이라며 "1공장 기존 설비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공사가 완료된 만큼, 올해 1공장 생산 수익성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제약, 청주 공장 증설로 '타격'… 셀트리온헬스케어, 6년 만에 '적자 전환'
같은날 셀트리온제약도 공시를 통해 시장 기대에 비해 부진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셀트리온제약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5억 6938만원으로 전년 대비 21.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68억 8015만원으로 8.1% 늘고 당기순손실은 93억 8877만원으로 226.4% 증가했다.
매출은 비교적 양호했으나 청주 공장 증설 공사로 인한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현재 청주 공장의 설비 증설은 생산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향후 추가적인 비용 증가 요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청주 공장에 582억원 규모의 설비 도입 투자가 단행되면서 올해에는 비용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통해 청주 공장에 램시마 SC 제형 생산을 위한 대규모 설비 도입 투자를 결정했다. 이로써 완제 설비 시설의 국내화를 통한 안정적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 변경에 따라 판매수수료를 매출 발생 시점에 인식하게 되면서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향후 회계처리 기준이 일관적으로 적용되면 영업이익률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51억 9956만원으로 집계된 것. 같은 기간 매출액은 7134억 8740만원으로 22.5% 줄고, 당기순이익은 113억 8614만원으로 92.7% 감소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파트너사와 유통구조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고를 조정했다. 해외법인 설립과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판매관리비도 증가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지난해 1~3분기까지의 단가 인하분을 4분기에 일시 반영하면서 연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KB증권 이태영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유럽 파트너들과 바닥 가격을 설정했다"며 "추가적인 단가 인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 셀트리온 3형제 '어닝쇼크'에 증권가 목표가 ↓… 시장 기대는 여전
셀트리온 3형제 모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 공개됐다. 셀트리온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대비 각각 1.7%, 66.9% 하회했다. 실망스러운 실적에 증권사들은 매수의견을 유지하면서도 셀트리온의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했다.
삼성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대비 18.5% 하향한 22만원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3만 5000원으로 하향했다. KTB증권과 KB증권도 목표가를 각각 9%, 8.6%씩 내렸다.
관건은 이 같은 실적 악화 요인이 지속될 것인가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경쟁자가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강하영 연구원은 "경쟁자 진입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시장가 인하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실적 불확실성은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악화 요인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5거래일 만에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한 것이다.
26일 장 초반인 오전 9시13분 기준으로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1.72%(3500)원 오른 20만 7500원에 거래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3%(1600원) 오른 7만 300원, 셀트리온제약은 2.17%(1300원) 오른 6만 13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셀트리온은 전일과 동일한 20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0.58%(400원), 1%(600원)씩 오른 상태로 마감했다.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에 셀트리온이 수익성 악화 요인을 거의 털어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올해 셀트리온 실적 회복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