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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공동·위탁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제도(이하 공동생동 제도)'를 폐지하면서 중소 제약사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19년 식약처장-제약업계 CEO 조찬 간담회'에서 제네릭(복제약) 난립을 막기 위해 공동생동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생동 제도란 시험 대상 의약품이 인체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작용을 하는지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한 제약사가 진행하면 여러 제약사가 위탁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해당 제도를 활용하면 개발 비용이 분담되기 때문에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풀리면 최대 수백개의 제네릭이 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문제가 됐던 중국산 고혈압 약 원료인 '발사르탄'의 경우 제네릭 500여 종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돼 물의를 빚었다. 특히 제네릭이 난립하면서 불법 리베이트 문제도 종종 발생했다.
사실상 식약처가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가 터진 이후 제네릭 규제의 칼을 빼든 것이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해당 간담회에서 "국내 제약시장 규모에 비해 엄청난 수의 제네릭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단, 식약처는 업계 충격을 줄이는 차원에서 1년 유예기간을 주고 단계별로 공동생동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우선 규정 개정일 기준으로 1년 후에는 공동·위탁 품목 허가수를 원 제조사 1개에 위탁 제조사 3개 이내('1+3 제한')로 제한한다. 오는 2023년 상반기에는 제네릭 1품목에 1개의 생동자료를 원칙으로 하는 등 공동생동 제도를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
업계에서도 제네릭보다는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여건상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게 현실이다.
제약업계의 반응은 규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상위 제약사들은 이번 규제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지만 중소 제약사의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생동성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개발이나 자금력, 인적 구성 등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상위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는 자금력·인적 구성 등의 측면에서 개별로 개발과 생동성 시험을 전부 처리하기는 어렵다"며 "신약 개발을 당장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효율화를 위해 공동생동 제도를 활용했던 중소 제약사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들의 의사만 과대 반영된 것 아니냐"며 "상위 제약사들은 제네릭 규제가 강해지면 경쟁이 줄어 좋겠지만 중소 제약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