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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CEO 교체로 논란에 있는 동화약품이 새로운 수장을 내정했다. 그간 동화약품은 유독 다국적제약사 출신을 주로 영입해 왔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신임 사장에 박기환 전 베링거인겔하임 대표를 내정했다. 동화약품은 오늘 2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박 사장의 선임안건에 대해 의결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2015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법인 설립이래 최초의 내국인 대표로 선임돼 약 2년 6개월 근무하고 사임했다.
동화약품은 2012년 이후 무려 7명의 CEO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동화약품은 2008년 조창수 대표를 선임하면서 오너인 윤도준 회장과 전문경영인 각자 대표체제로 이어져왔다.
조 사장은 임기 만료 1년을 앞둔 2012년 사임했다. 2013년 후임으로 온 얀센 출신 박제화 사장은 대표직을 맡은지 1년 6개월여 만에 퇴사했다.
이어 화이자 출신 이숭래 사장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임기 1년 11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후 '동화맨'으로 치약형 잇몸치료제 '잇치'를 성공시켰다고 평가 받은 오희수 대표가 선임됐지만 역시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났다. 박스터 출신 손지훈 사장이 다시 임기 2년 만에 퇴사해 휴젤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 영업 총괄 사장을 지난해 유광렬 사장이 취임한지 10개월만에 물러났고, 직후 선임된 이설 대표도 선임 1개월만에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했다.
동화약품이 다국적제약사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왔던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업구조가 일반의약품에 비해 전문의약품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의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비중은 6:4정도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의 전문의약품 비중이 평균 60~7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기형적인 구조다.
하지만 잦은 CEO 교체가 계속되면서 오너 윤도준 회장과 다국적제약사 출신 경영인들 사이에 경영방향성이 마찰을 빚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따라서 이번 박기환 사장의 내정을 두고도 벌써부터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의 수장 교체가 잇따르면서 R&D투자 등 경영전략의 차질이 우려된다"며 "이번에는 제약업계 'CEO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