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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노선 확보와 보잉의 맥스 기종 이슈에서 빗겨가는 등 호재가 이어지던 아시아나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부정적 감사보고서에 제동이 걸렸다. 시장에서 재무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주주들의 불만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유동성 위기로 확산돼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불통이 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조속한 시일 내에 준비를 마친 후 삼일회계법인에 재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어 그때까지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 '한정'이 '적정'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기간 내에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더라도 주주들의 불만과 성토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6일부터 주식거래가 재개되면 주가 하락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회계처리상 이견, 아시아나항공에 후폭풍 몰아쳐
앞서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감사의견 '한정'을 제시했다.삼일회계법인은 “운용리스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자산의 회수가능액 및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대상 포함여부 및 연결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해 관련 연결재무제표 금액의 수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22일~25일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됐으며, 26일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상태에서 주식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의견 한정과 함께 연결 재무제표도 대폭 수정했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기존 6조8506억원에서 6조789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84억원에서 886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04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10배 정도 늘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한정 의견을 받은 이유는 회계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충당금 추가 설정 문제와 관계사 주식 등의 영향이 컸다”며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신속하게 감사의견 '적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재무 등 관련부서와 협의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감사가 진행돼 삼일회계법인이 지적했던 부분을 아시아나항공이 수용하게 되면 영업이익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하락하더라도 이것은 당장 현금유출을 동반한 것이 아니다”며 “충당성 비용의 증가 탓이기 때문에 자사의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영업 창출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동성 흐름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너무 과잉 우려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 상장채권 폐지 등 신용등급 하락 우려 커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불안감과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재감사 과정에서 이번에 정정공시된 재무제표상 실적보다 비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추후 진행될 과정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상장채권 '아시아나항공 86'을 다음달 8일 상장폐지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채권은 600억원 규모로 지난 2017년 발행됐다. 상폐가 결정되면서 25일~27일까지 채권의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같은 조치는 회사가 외부 회계감사에서 감사의견 '부적정·한정·의견거절'을 받으면 이뤄지게 돼 있다. 다음달 25일이 만기여서 만기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더 큰 우려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로, 지난해말 기준으로 약 1조2000억원에 이른다. 감사의견 '한정' 여파로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조기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BBB-'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약 3조2000억원이며, 올해 약 95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당장 29일 발행 예정이던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ABS 조기상환의 전제조건은 신용등급 하향(BB+)이라는 이벤트 발생이 전제 조건”이라며 “아직 발생되지 않는 신용등급 하향을 전제로 하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단기 차입금 상환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현재 신용평가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내 재감사 후 신용등급을 안정화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 중이다.
◇ 금호고속 상장에도 악영향 끼칠까
금호고속의 상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상장했고, 올해는 금호고속 상장을 추진 중이다.
금호고속은 박삼구 회장 31.1%를 비롯해 오너 일가가 53.8%를 보유하고 있다. 실적도 견조하다. 2017년 매출 1조7020억원, 영업이익 277억원, 당기순이익 1292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태로 그룹이 추진하던 금호고속 상장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을 통해 금호고속의 지배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는 금호고속 상장 관련해 언급되고 있는 것이 없다”며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사내이사 연임도 국민연금처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을 최정점으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 33.47%, 금호석유화학 11.98% 등이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의 지분구조는 금호고속 45.30%, 박삼구 회장 0.03%,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0.02%, 윤병철 금호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 0.05%,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0.01%, CJ대한통운 3.38% 등이다.
금호고속은 박삼구 회장 31.1%,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21.0%,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7% 등 오너 일가가 53.8%를 보유하고 있다.